소나무재선충병 잡으려다 사람 잡네…제주서 5년간 29명 사상(종합)

입력 2018-11-15 14:10
소나무재선충병 잡으려다 사람 잡네…제주서 5년간 29명 사상(종합)

초창기 일반인도 투입 안전관리 엉망…개선했다지만 사고 끊이지 않아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작업이 진행되는 제주에서 작업 중 벌목한 나무에 맞아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등 각종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2013년 10월부터 시작된 방제작업 중 현재까지 5년여간 4명이 숨지고 25명이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다.

15일 오전 6시 55분께 제주시 오라2동 월정사 부근 과수원에서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작업을 하던 김모(65)씨가 다른 근로자가 벤 나무에 머리를 부딪친 후 깔렸다.



이 사고로 김씨는 현장에서 숨을 거뒀다.

제주시에 따르면 현장 업체 책임자인 김씨는 높이 15m 이상 되는 고사목이 쓰러지는 것을 미처 보지 못해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된다.

김씨는 안전모를 착용하는 등 안전관리를 이행했으나 벌목된 나무의 무게로 인해 변고를 피하지 못했다.

사고가 난 곳은 제6차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사업 제주1사업구다.

시는 관할 모든 지역에서 이날 진행하는 방제사업을 일시 중단하고서 긴급 안전점검을 벌였다.

소나무재선충병이 창궐한 제주에서는 2013년 10월부터 그다음 해 4월까지 1차 방제작업이 대대적으로 펼쳐졌다.

1차 방제에서는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 없이 일반 행정직 공무원과 자원봉사자까지 투입했다가 9개월 만에 3명이 숨지고 15명이 크고 작은 상처를 입는 등 인명피해가 커졌다.

2013년 11월 제주시 오라동 오라대교 인근에서 소나무 재선충 고사목 제거작업을 하던 근로자(64)가 소나무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해 11월 14일에도 고사목 제거작업을 하던 공공근로자(63)가 목숨을 잃었다.

2차 방제(2014년 10월∼2015년 4월)부터는 일반 공무원과 자원봉사자를 현장 작업에 투입하지 않고 전문 업체에 맡겨 작업을 진행했다.

또 2016년부터는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안전 매뉴얼'을 만들고 안전교육을 강화했다.



그러나 2차 방제 시부터 현재까지 4년여간 현장 근로자 1명이 숨지고 1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도 관계자는 "전문 업체를 대상으로 안전관리 시방서를 받고 안전교육을 강화해 작업을 진행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나무를 벌목하는 것이 위험한 작업이므로 앞으로도 안전관리를 강화하도록 각 업체에 주의를 환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ko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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