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 정부에 맞선 소신판결' 故 이영구 판사 추모전 열려

입력 2018-11-14 17:03
'유신 정부에 맞선 소신판결' 故 이영구 판사 추모전 열려

내달 28일까지 대법원 전시관서 열려…'독재비판' 교사에 무죄 선고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유신정권 시절 박정희 대통령의 장기 집권을 비판한 혐의로 기소된 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는 이유로 법복을 벗은 고(故) 이영구 판사의 1주기 추모전이 열린다.

대법원은 오는 16일부터 다음 달 28일까지 대법원 1층 법원전시관에서 '고(故) 이영구 판사 1주기 추모전'을 연다고 14일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 9월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서 이 판사가 법관 시절 유신정권의 압박에 굴하지 않고 소신에 따라 판결했다며 국민훈장 모란장을 추서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이 판사가 서울지법 영등포지원 부장판사로 재직하던 1976년 서울대에서 독재반대 시위를 한 '5·22 사건'의 주역 2명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사건이다.

5·22 사건은 1976년 여름 박 대통령의 독재에 항거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대생 김상진씨의 49재에 맞춰 열린 서울대의 교내시위로, 당시 정부는 시위 주동자들에게 중형을 선고하도록 사법부를 압박했다.

압박에도 이 판사가 집행유예를 선고하자 정부는 "서울대가 최전방이고 영등포 형사재판장이 최고사령부인데 이 판결로 정권의 방어체제가 무너졌다"며 노골적으로 반발했다.

하지만 이 판사는 보란 듯이 그해 11월 박 대통령의 장기 집권을 비판한 혐의(긴급조치 9호 위반)로 기소된 서울 서문여고 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기소된 221명 중 유일한 무죄판결이었다.

이후 이 판사는 1977년 1월 인사 관행을 깨고 전주지법으로 좌천됐고, 한 달 뒤 스스로 법복을 벗어야만 했다.

훗날 이 판사는 당시의 경험에 대해 "긴급조치가 잘못됐다는 국민의 법 감정을 판결에 반영한 것일 뿐"이라며 오히려 "지금도 그때 실형을 선고한 학생들에게 미안하다"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대법원은 추모전에 앞서 이 판사의 유족과 김명수 대법원장, 최광률 전 헌법재판관, 김문희 전 헌법재판관, 양삼승 변호사 등이 참석하는 추모식을 열 방침이다. 김 대법원장과 양 변호사가 참석자들을 대표해 추모사를 낭독할 예정이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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