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마약왕 엘차포 "전·현직 대통령에 뇌물 줬다" 진술 파문
변호인 "엘차포는 희생양일뿐"…전현직 대통령들은 즉각 부인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희대의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이 13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첫 재판에서 멕시코 전·현직 대통령들이 자신의 마약조직으로부터 수억 달러의 뇌물을 받는 등 유착관계에 있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로이터, AFP통신 등에 따르면 구스만의 변호인인 제프리 릭트먼은 이날 뉴욕 브루클린 연방법원에서 열린 첫 재판의 모두발언에서 구스만은 단지 "희생양"일 뿐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릭트먼 변호사는 "구스만은 시날로아 카르텔(멕시코 서북부 시날로아 주를 근거지로 한 마약 조직)의 지도자라는 비난을 받고 있지만 실제 지도자들은 멕시코에서 자유로이 지내고 있다"며 시날로아 카르텔을 이끄는 실제 지도자는 이스마엘 '엘 마요' 삼바다라고 주장했다.
삼바다는 구스만과 함께 이번 재판의 공동 피고인으로 돼 있지만, 현재 행방이 오리무중인 상태다.
릭트먼 변호사는 "삼바다는 멕시코의 전·현직 대통령을 포함한 모두에게 수억 달러의 뇌물을 줬다"며 "그는 자신이 원하는 사람들을 붙잡히게 해 멕시코군과 경찰이 이들을 죽이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릭트먼 변호사는 "멕시코 정부가 희생양을 원하는 이유는 그들이 마약 카르텔 우두머리들로부터 너무 많은 뇌물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도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멕시코 전·현직 대통령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의 대변인은 "거짓"이라고 부인했고, 펠리페 칼데론 전 대통령도 직접 자신의 트위터에 "구스만 변호사의 진술은 완전히 거짓이며 무모하다. 그 누구도 나에게 돈을 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엘 차포'라는 별명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악명높은 마약왕으로 불려온 구스만은 1989년부터 2014년 사이 미국 각지에서 200t이 넘는 마약밀매, 돈세탁, 살인교사, 불법 무기소지 등 17건의 혐의로 기소됐다.
특히 과거 수감 도중 영화를 방불케 하는 두 차례의 탈옥 사건으로도 화제가 됐다.
구스만은 두 번째 탈옥 6개월 만인 2016년 1월 시날로아 주의 한 가옥에 숨어 있다가 멕시코 해군과 교전 끝에 검거돼 작년 1월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됐다.
'세기의 재판'이 될 이번 재판은 이날 첫 심리를 시작으로 앞으로 약 4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유죄가 확정되면 구스만은 종신형에 처해질 수 있다.
[로이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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