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나가" 멜라니아 요구로 '볼턴의 사람' NSC부보좌관 퇴출

입력 2018-11-14 08:38
"여기서 나가" 멜라니아 요구로 '볼턴의 사람' NSC부보좌관 퇴출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11·6 미국 중간선거 이후 트럼프 행정부의 개각 및 백악관 개편이 예고돼온 가운데 13일(현지시간) '멜리니아 발(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참모 퇴출 소식으로 백악관 안팎이 술렁거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인 멜라니아 여사가 지난 봄 백악관에 입성한 미라 리카르델 신임 부보좌관에 대한 '경질'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영부인이 특정인, 그것도 안보 분야 인사의 교체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미언론들은 보도했다.

멜라니아 여사의 스테파니 그리샴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리카르델 부보좌관에 대해 "그가 더는 이 백악관에서 일하는 특권을 누릴 자격이 없다는 게 영부인실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NSC 공보실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리카르델 부보좌관이 해임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으나 그는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열린 행사에도 모습을 드러내는 등 아직은 근무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WP는 보도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지난달 멜라니아 여사의 아프리카 순방 당시 리카르델 보좌관이 멜라니아 여사측 보좌진과 충돌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멜라니아 여사의 요청에 따라 그를 교체하기로 하는 등 NSC 개편에 대해 숙고 중이라고 보도했다.

존 볼턴 NSC 보좌관 취임 이후 그만둔 나디아 섀드로 전 부보좌관 후임으로 지난 4월 백악관에 입성한 리카르델 부보좌관은 볼턴 보좌관이 친정체제 구축 과정에서 발탁한 인사로, '매파 성향'으로 분류된다.

공화당 성향의 정부 관료 출신으로, 지난 2016년 대선 직후 인수위 단계에서 트럼프 행정부와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볼턴 보좌관처럼 '돌진형' 스타일로 내부에서 좌충우돌해온 것으로 전해졌으며, 특히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과 불협화음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과거 백악관 인사 담당실에서 일할 당시 친(親) 트럼프 성향 인사들을 국방부에 배치하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매티스 장관과 갈등을 빚었다고 한다. 또한, 매티스 장관이 옛 오바마 행정부 출신 인사들을 국방부에 채용하려고 할 때 리카르델 부보좌관이 이에 제동을 걸면서 파열음이 불거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리카르델 부보좌관의 '재등판'을 놓고 국방부 내에서는 그가 매티스 장관을 흠집 내려 한다는 의구심 어린 시선이 퍼졌다고 WP는 전했다.

WP는 3명의 현 백악관 관계자, 그리고 2명의 전직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 리카르델 부보좌관이 회의 석상에서 사람들을 꾸짖고 참모들에게 고함을 질렀다고 보도했다. 특히 그는 멜라니아 여사와 언쟁을 벌이기도 했으며 매티스 장관에 대한 루머를 퍼트렸다고 전·현직 백악관 관계자들은 WP에 전했다.

이에 따라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은 리카르델 부보좌관을 '문제적 인사'로 꼽으며 몇 달 전부터 그를 내보내려고 했고, 매티스 장관도 자신의 참모들에게 그가 떠나길 바란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리카르델 부보좌관의 교체 소식은 중간선거 후 트럼프 행정부 내 인적 개편 바람이 불어닥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WP는 전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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