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백악관 '출입정지'에 소송…"내버려두면 언론 위축시킬 것"
(뉴욕=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 미국 CNN방송이 백악관의 자사 기자에 대한 출입정지 조치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CNBC 방송을 비롯한 미국 언론들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지난 7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도중 질의·응답 과정에서 설전을 벌인 자사 백악관 수석 출입기자 짐 아코스타에 대해 백악관이 출입정지를 한 데 대해 소송전으로 맞선 것이다.
CNN은 이날 성명에서 "우리는 짐에게 패스(출입증)를 돌려주도록 요구하는 즉각적인 금지명령을 법원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소송은 CNN과 아코스타 기자에게 한정된 것이지만 이 같은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었다"면서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백악관의 행태는 선출된 관리들을 취재하는 모든 언론인에게 위험한 '냉각 효과'(chilling effect·위축)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CNN의 변호인 가운데 한 명인 시어도어 올슨은 "아코스타의 출입이 원상회복돼 언론이 자유롭게 거친 질문을 하고, 정부 관료들에게 따지고, 국정을 국민에게 알릴 수 있다는 것을 모든 언론 구성원들이 알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CNBC는 피소 대상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세라 허커비 샌더스 대변인 등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아코스타 기자는 7일 기자회견에서 미 중간선거 선거운동 기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군대를 배치해 중미 이민자 행렬(캐러밴)을 막으려 했다면서 이민자들을 '악마화'하려 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이민자 행렬에 대해 '침략'(invasion)이라는 표현을 썼던 것을 상기시키며 "침략이 아니다"라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나라를 운영하게 해달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아코스타 기자가 러시아 스캔들까지 거론하려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가리키며 "그걸로 충분하다. 자리에 앉아라. 마이크를 내려놓으라"고 언성을 높였다.
기자회견 진행을 돕던 백악관 여성 인턴이 다가와 마이크를 빼앗으려 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발언대에서 뒤로 물러 나와 잠시 회견이 중단되기도 했다. 결국, 인턴에 의해 마이크가 빼앗기듯 다른 쪽으로 넘어가자 트럼프 대통령은 발언대로 나와 아코스타 기자를 가리키면서 "당신은 무례한, 끔찍한 사람"이라며 "당신은 CNN에서 일해서는 안 된다"고 비난했다.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당일 성명을 내고 "기자가 백악관 인턴으로서 직무를 수행하려 한 젊은 여성에게 손을 대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면서 백악관 인턴과의 마이크 실랑이 과정에서 팔이 닿는 신체 접촉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코스타 기자에 대한 백악관 출입을 정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아코스타 기자는 "나는 백악관의 주장처럼 그(인턴 여성)의 몸에 손을 대거나 만진 적이 없다"면서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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