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중앙회 잇단 잡음에 '흔들'…내년 회장선거 혼탁 우려

입력 2018-11-14 07:00
중기중앙회 잇단 잡음에 '흔들'…내년 회장선거 혼탁 우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김은경 기자 = '360만 중소기업의 얼굴'인 중소기업중앙회를 둘러싼 각종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기업들이 모인 다른 경제단체들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 편임에도 최근 몇 년 사이에 인사와 회계 관련 의혹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중앙회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많아지고 있다.

중소기업 회원사들 내부에서도 불만이 높다.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등 산업계 전반을 뒤흔드는 메가톤급 이슈에 중앙회가 중소기업계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년 2월로 예정된 중앙회장 선거를 놓고 후보들이 난립하면서 벌써 혼탁한 선거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중앙회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 중기중앙회, 인사ㆍ회계 부정 의혹에 위상 추락…"중소기업 대표 맞나?"

중소기업중앙회는 360만 중소기업의 권익을 대변하기 위해 1962년 설립된 민간 경제단체다. 전국에 있는 업종별·지역별 협동조합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중소기업들이 겪는 제도·관행적 애로사항을 조사한 후 건의해 정부나 관련 기관에서 법이나 규정 등에 반영하게 한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이 국민경제 속에 제대로 설 수 있도록 업계의 힘을 결집하는 구심점 역할을 한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공공기관은 아니지만 중소벤처기업부의 감사를 받고, 국정감사 피감기관으로 지정되기도 한다.

작년 국정감사 때 10년 만에 피감기관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중소기업 현안과 관련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고 질타를 받았다.

올해도 중기중앙회는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에 대해 중소기업 대표들이 고충을 호소함에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이는 소상공인연합회가 집회를 이어가며 강하게 저항한 것과 대조적이다.

일각에서는 중기중앙회가 스마트공장 구축 등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힘을 보태는 데만 신경 쓰고 정작 어려운 중소기업의 현실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또 중소기업을 보호하려면 대기업과 어느 정도 각을 세울 수밖에 없는데, 같은 기업이라는 이유로 불공정 행위 등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는 데도 소극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낙하산 인사 등 의혹이 지속해서 나오면서 중기중앙회의 자정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뼈아픈 대목이다.

지난해는 중기중앙회가 대주주로 있는 홈쇼핑 업체 '홈앤쇼핑'에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수부장의 인사 청탁이 이뤄졌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지철호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 상임감사로 자리를 옮길 당시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앞서 2016년에는 회계기준 위반, 중소기업 제품 구매실적 기준 미달, 중소기업자 우선 조달계약 위반 등이 중기부 감사에서 적발돼 시정요구를 받았다.

이정희 한국중소기업학회 회장은 "경제단체들은 스스로 자정 활동을 할 필요가 있다"며 "이익단체가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필요한 것만 요구하면 국민의 공감을 받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는 "단체가 알아서 잘하면 관리할 필요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정부가 개입해 제도적인 장치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단체들이 규제를 스스로 불러들이는 측면도 있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 중기중앙회장 선거 후보 최소 7명에 부정선거 우려

중소기업중앙회는 경제 5단체 중 유일하게 선거를 통해 수장을 뽑는다.

그러다 보니 내년 2월 열릴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선거전은 벌써 물밑 작업이 치열하다.

중기중앙회장은 부총리급 의전을 받고 5대 경제단체장의 한 사람으로 대통령의 공식 해외 순방도 동행한다.

회장 역임 후 정치권에 진출한 경우도 11명 중 6명에 달할 만큼 정치적인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다.

중기중앙회장 선거는 회원사들인 협동조합의 이사장들과 단체장 500여명의 투표로 선출하는 간접선거 방식으로 치러진다. 과반수의 선거인단만 확보하면 당선되기 때문에 금품 살포나 향응제공 등 부정선거 유혹에 취약하다.

실제로 앞선 회장 선거들이 금품수수, 네거티브 공방 속에서 '혼탁 선거'라는 오명을 썼고, 직전 선거 때는 박성택 현 회장이 금품 살포에 조직적으로 관여한 혐의로 불구속기소 되기도 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관리사무소를 개소하고 본격적인 선거관리 업무에 들어갔다.

내년 1월 18일 선거 공고가 나면 2월 7∼8일 후보자 등록을 받고 9일 후보자 자격심사 기호가 결정된다. 이후 27일까지 선거 운동을 할 수 있고, 28일 선거를 한다.

후보들이 사용하는 비용은 최소 10억 원을 웃돌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지만, 대부분 기업의 오너들인 후보들은 이에 개의치 않는듯하다.

박 회장은 재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았으나 두 차례 중기중앙회장을 역임한 김기문 제이에스티나 회장, 한 차례 회장을 지낸 박상희 미주철강 회장 등은 또 출마 선언을 했다.

이외에 곽기영 보국전기공업 대표, 원재희 프럼파스트 대표, 이재광 광명전기 대표, 이재한 한용산업 대표, 주대철 세진텔레시스 대표 등 5명도 각각 조합 이사장 자격으로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은 "경제단체는 본연의 목적에 맞게 각각의 영역에서 건전한 정책을 생산하는 등 긍정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데 최근에 여러 문제가 드러났다"며 "그럼에도 민간단체니 나라에서 관리하기보다 스스로 자정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그런 측면에서 회장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indigo@yna.co.kr, kamj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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