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건너 수능 치러 온 울릉고 학생들…마무리 공부 열중
시험장 없어 일찌감치 육지 포항행…"지진 없이 끝나기를"
(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수능생들이 자습 중입니다. 통행을 자제해주세요.'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이틀 앞둔 13일 기자가 찾은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면 청룡회관 태극홀 앞에는 이런 내용의 안내문이 게시돼 있었다.
청룡회관은 해병대 1사단이 민간기업에 맡겨 운영 중인 객실을 갖춘 복지시설이다.
지난 11일부터 이곳에는 특별한 손님이 머물고 있다.
바로 수능을 치르는 울릉고 학생 44명과 인솔교사다.
울릉지역에는 수능 고사장이 없어 울릉지역 수험생은 매년 시험을 앞두고 육지로 나온다.
바닷길 특성상 날씨가 나쁘면 배가 다니지 않고 몸 상태 조절에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찌감치 나오기 마련이다.
올해는 수능일인 15일보다 4일 앞둔 11일에 나왔다.
울릉고 수험생들은 수년 전부터 시험을 치르고 울릉도로 들어갈 때까지 청룡회관에 머물며 몸과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곤 한다.
청룡회관 측도 '울릉고등학교 수험생분들 수능 대박을 기원합니다'란 문구를 출입문에 붙여 놓아 이들을 응원했다.
도내에서 유일한 섬 지역 학생인 점을 고려해 이들 숙박비를 도 교육청이 부담한다.
시험을 2일 앞둔 13일 오전 청룡회관 내 소규모 연회장인 태극홀에는 울릉고 학생 26명이 시험공부에 몰두하느라 조용했다.
나머지 학생은 방에서 공부한다고 인솔교사는 전했다.
태극홀에는 책장을 넘기거나 온풍기 돌아가는 소리만 날 뿐이었다.
창밖에는 영일만 바다와 고기잡이배가 보이는 멋진 풍광이 있었지만, 눈을 돌리는 학생은 없었다.
편안한 복장으로 귀에 이어폰을 꽂고 인터넷 강의를 수강하거나 문제집을 푸는 학생만 가득했다.
어떤 학생은 한자리에 모여서 공부했고 어떤 학생은 창가에 홀로 앉아 수험서를 넘겼다.
인솔교사가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문 앞에 앉아 있었지만, 교사가 필요 없을 정도로 공부에 열중하는 모습이었다.
취재진에게 잠시 눈을 돌렸던 학생들은 이내 공부에 집중했다.
미리 허가를 받아 들어간 취재진도 이들의 공부를 방해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지난해 울릉고 수험생들은 포항에 왔다가 지진으로 수능이 일주일 연기되는 바람에 17일 만에 집으로 돌아간 적 있다.
이 때문에 수험생이나 학부모, 교사 모두 올해 시험을 별 탈 없이 치르기를 바라고 있다.
인솔교사는 "지진과 같은 큰일 없이 시험을 무사히 치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들은 예정대로 시험을 치르고 배가 정상적으로 뜬다면 16일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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