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국왕, 무함마드 왕세자 권한 축소 나서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권한을 감축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서방 관리들을 인용해 13일 보도했다.
이 관리들은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서 발생한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 와병 중인 살만 국왕이 무함마드 왕세자(33)의 결정 권한을 감축하길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서방 관리는 무함마드 왕세자를 '무모하고 나라와 지역을 지배하려는 권력에 굶주린 인물'로 지칭하면서 카슈끄지 사건으로 그의 국내외 위상이 다소 불안해졌지만 후계자 지위에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대신 사우디 왕실이 왕실 자체의 생존을 위해 단합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함마드 왕세자가 자신의 현 지위를 유지하는 대가로 일부 권한을 내려놓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서방 동맹들은 사우디를 중동 안정기반이자 이란에 대한 방어막으로 간주하고 있으나 무함마드 왕세자의 충동적인 결정으로 레바논 총리의 사실상 납치와 예멘 내전 개입, 카타르와의 단교, 그리고 카슈끄지 사건 등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그를 고도의 위험인물로 간주하고 있다.
살만 국왕은 이에 따라 최근 미 백악관의 중동평화정책에 대한 무함마드 왕세자의 간여를 제한한 데 이어 사우디 국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집단의 범위를 무함마드 측근들로부터 대폭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서방 관리들은 전했다.
서방국들은 아울러 무함마드 왕세자의 곤경을 이용해 예멘 평화나 카타르에 대한 제재 해제 등 양보를 얻어내려 하고 있다.
미국은 국내외의 예멘 내전 개입 중단 압력에 직면해 사우디가 주도하는 예멘 친정부군에 대한 공중급유를 중단할 방침이다.
사우디 왕가의 한 측근 소식통은 왕실 내 소수 그룹이 반(反) 무함마드 모임을 가져왔으며 무함마드 왕세자가 왕위에 오를 경우 위험성을 우려하면서 살만 국왕이 사망할 경우 왕실이 그의 승계에 반대해야 한다는 견해들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서방 관리들은 무함마드 왕세자가 이미 모든 군과 보안세력을 장악하는 등 권력 기반을 굳힌 만큼 현직에서 축출될 가능성에 의문을 나타냈다.
그동안 사우디로서는 획기적인 자유주의적 사회개혁을 통해 젊은 층의 지지를 얻고 있는 무함마드 왕세자를 당장 대체할 인물이 마땅치 않다는 관측통들의 지적이다.
라이스대(大) 크리스티안 코츠 교수는 사우디 왕실이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단합하고 있다면서 무함마드 왕세자가 자신의 왕세자 직위를 유지하는 대가로 지금까지의 독재적인 결정권을 내려놓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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