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밍 성폭력, 직접 접촉 없이도 성착취…신종범죄 입법해야"
김재련 변호사, 홍익표 의원·경찰청 주최 학술세미나서 제안
일선 수사팀장 "그루밍, 온라인에서 훨씬 심각…누구나 잠재적 대상"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피해자와 친분을 쌓아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적으로 가해 행위를 하는 '그루밍(grooming) 성폭력'을 신종범죄로 입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재련 온·세상 대표변호사는 13일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실과 경찰청 주최로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2018 사이버안전 학술세미나'에서 '사이버성폭력의 문제점 진단 및 개선방안'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이같은 의견을 냈다.
그루밍 성폭력은 우월한 지위에 있는 가해자가 연령, 경제적·지적 측면 등에서 취약한 위치에 있는 아동·청소년 등과 심리적 유대관계를 형성한 뒤 성적으로 착취하는 행위다.
최근 인천의 한 목사가 10대 여성 신도들을 상대로 장기간 이같은 행위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자 경찰이 경위 파악에 나선 상태다.
김 변호사는 "그루밍은 실질적 접촉 없이도 음란한 사진 전송, 신체 특정 부위 촬영 사진 전송 요구, 웹캠을 이용한 성적 대화 및 녹화 등으로 성 착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다"며 "처음에는 칭찬이나 배려, 감정적 동조 등으로 신뢰를 쌓은 뒤 만남이나 성적 요구에 불응하면 폭로를 예고하는 등 강요와 위협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성적 의미가 내포된 사진을 요구하거나 성적 대화를 시도하는 행위를 범죄화해야 한다"며 "성적 접촉 이전 단계의 행위도 처벌하는 영국처럼 성 접촉 전 '온라인 그루밍'에 대한 처벌규정 신설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홍영선 대전지방경찰청 사이버성폭력수사팀장은 트위터 팔로워 2만5천여명을 상대로 성적 조련과 착취를 한 피의자 검거 사례를 들며 "그루밍 가해자가 오프라인인 경우도 있겠지만 온라인에서 훨씬 심각한 상황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홍 팀장은 "팔로워들은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남녀노소 다양했고, 처음에는 호기심에 팔로워가 됐다가 스스로 특이한 성적 취향으로 고착된 이들도 있었다"며 "온라인에서는 지위에 상관없이 누구나 그루밍 대상이 될 수 있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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