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독립 100주년 행진 20만명 참가…극우+우파정부 합작
외국인 혐오성 구호는 줄어…유럽 극우세력 주요 행사 자리매김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폴란드의 독립 100주년 기념 행진이 11일(현지시간) 20만 명 이상이 참가한 가운데 수도 바르샤바 중심가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이날 행진은 극우 및 민족주의 세력이 주최했으며, 유럽 통합에 회의적인 정부 여당 측도 같은 시간 이들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행사를 열면서 지난해보다 규모가 훨씬 커졌다고 영국 가디언이 전했다.
특히 올해 대규모 행진은 같은 날 제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을 맞아 프랑스 파리에서 미국과 러시아 등 세계 70여 개국 정상들이 집결해 평화를 염원한 가운데 열려 주목을 받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일부 정상은 배타적 민족주의와 국가주의를 배격하자고 호소하기도 했다.
폴란드에서는 지난 10여 년간 매년 11월 11일이면 극우 및 민족주의 세력 주도로 독립 기념 행진이 진행되고 있으며 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다. 폴란드는 18세기 러시아, 프로이센, 오스트리아에 의해 분할됐다가 1918년 11월 11일 독립했다.
지난해 행진의 참가자 규모가 6만 명이었으나, 올해는 100주년 기념 행진인 데다 정부 여당 측이 인근에서 행사를 여는 것으로 사실상 가세하면서 훨씬 많은 사람이 모였다.
안제이 두다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우리가 (폴란드 국기인) 희고 붉은색 깃발 아래 함께, 그리고 즐겁게 걷기를 희망한다"며 폴란드를 위해 싸운 사람들을 기억하자고 말했다.
지난해에 인종차별적 깃발과 구호가 난무하면서 국제적인 비난을 산 것을 의식한 듯 올해는 노골적인 외국인 혐오나 백인 우월주의적인 깃발이나 목소리는 크게 줄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행사를 며칠 앞둔 지난 7일 바르샤바 시장인 한나 그론키에비치-발츠가 안전을 내세워 행진을 금지했으나, 법원이 집회의 자유를 이유로 하루 만에 이 결정을 뒤집어 행진은 가까스로 예정대로 열리게 됐다.
많은 참가자는 이번 행진과 관련한 논란을 염두에 둔 듯 자신들은 단지 독립을 기념하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피력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날 행진에는 이탈리아 극우단체 '포르차 누오바'(Forza Nuova) 대표단도 참석했으며, 이 행진은 극우세력의 주요 행사로 자리 잡으며 유럽의 극우 인사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한편, 다른 한쪽에서는 이들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경찰에 의해 행진 대열과 분리된 가운데 집회를 가졌으며, 지난해와 달리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로이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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