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크도 마르기 전에…필리핀 '사치의 여왕' 이멜다 사면설 솔솔
징역 77년 선고 직후 딸 생일파티…두테르테 대통령 딸과 함박웃음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사치의 여왕'으로 불리는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필리핀 대통령의 부인 이멜다(89)에게 부패혐의로 최고 징역 77년을 선고한 판결문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사면설이 돌고 있다.
마르코스 가문과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집안이 끈끈한 유대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산디간바얀 필리핀 반부패 특별법원은 지난 9일 이멜다의 부패혐의에 대해 최고 징역 77년을 선고했다.
마르코스 전 대통령 집권 기간인 1975년 마닐라 주지사로 재직하면서 2억달러(2천256억8천만원)를 스위스에 설립한 7개 재단으로 빼돌려 비밀계좌에 예치하는 등 부정을 저질렀다는 이유에서다.
이 판결이 나온 직후부터 야권과 인권운동가를 중심으로 두테르테 대통령이 이멜다를 사면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GMA 뉴스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2016년 11월 마르코스의 유해를 국립 '영웅묘지'로 이장하는 것을 허용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최근 "(정적인) 레니 로브레도 부통령이 아니라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 '봉봉' 마르코스 주니어가 대통령직을 승계한다면 물러날 의향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딸 '사라' 다바오시장이 창당한 HNP는 지난 8월 이멜다의 딸인 '이미' 일로코스 노르테주 주지사가 이끄는 정당 IT와 협력 협정을 체결했다.
이런 배경에 더해 지난 9일 판결 선고 때 법정에 출석하지 않은 이멜다가 선고 몇 시간 뒤 딸을 위한 대규모 생일파티에 참석해 두테르테 대통령의 딸 사라와 함께 활짝 웃는 사진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져 사면설은 한층 더 힘을 얻는 분위기다.
한 참석자는 "이멜다가 판결에 동요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고 밝혔다.
이 파티에는 또 필리핀 대통령을 지낸 글로리아 아로요 하원의장과 후안 폰세 엔릴레 전 상원의장 등 유력 인사가 대거 참석했고 특히 호세 칼리다 법무차관도 함께한 것으로 확인됐다.
살바도르 파넬로 대통령궁 대변인은 사면설에 대해 "대통령은 확정판결을 받은 사람에게만 사면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이멜다의 판결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면서 "추측일 뿐만 아니라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파넬로 대변인은 그러나 "두테르테 대통령은 사면권을 행사할 때 법무부 산하 사면위원회의 권고와 모든 측면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해 사면 가능성을 차단하지는 않았다.
이멜다의 남편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1965년 당선된 뒤 1972년 계엄령을 선포하며 장기집권에 나섰다가 1986년 '피플 파워'(민중의 힘) 혁명으로 사퇴하고 하와이로 망명했다가 1989년 72세를 일기로 숨졌다.
마르코스 부부가 집권 기간 부정 축재한 규모는 무려 100억달러(11조2천9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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