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월 끈 로힝야족 난민 송환 이번엔 성사될까
미얀마 "준비 마쳤다"…유엔 "시기상조" 입장 差
난민들, 시민권·신변안전 보장 없는 송환 거부 의사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미얀마와 방글라데시가 합의한 로힝야족 난민의 송환 개시 시점이 사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당사국과 국제기구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그러나 난민들이 요구해온 신변안전과 시민권 부여 등 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다, 송환 희망자 확인을 위한 준비절차도 미비해 예정대로 송환이 이뤄질지 장담하기 어렵다.
12일 현지 언론과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얀마 측은 전날 양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는 15일로 예정된 로힝야족 송환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고 선언했다.
회견에 참석한 윈 미얏 아예 미얀마 사회복지부 장관은 "우리는 이미 (난민을 받을) 준비가 됐다. 몇 달 동안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다만, 예정대로 15일 송환이 시작될지 여부는 전적으로 상대국(방글라데시)에 달렸다"고 말했다.
미얀마 측은 자국 내 거주 사실이 확인된 5천 명의 로힝야족 명단을 방글라데시에 보냈고, 이 가운데 2천251명이 15일 시작될 1차 송환대상자로 선정됐다.
미얀마 측은 국경 접수센터에서 하루 150명씩 난민을 받는다. 돌아온 난민은 1박 2일간 국경 지역 임시 수용소에서 신분확인 등 절차를 거치고, 이후 원 거주지나 원 거주지와 가장 가까운 임시 수용소로 보내진다.
미얀마 정부는 돌아온 난민에게 한 달 치 식량과 생활용품 등을 지원하며 재정착 지원금도 지급할 예정이다.
다만, 미얀마에서 극심한 차별과 잔혹 행위를 경험한 난민들의 요구사항인 신변안전 보장과 시민권 부여 문제는 해소되지 않았다.
미얀마 측은 난민의 안전 보장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시민권 부여 문제는 로힝야족을 정식 국민으로 인정하지 않는 국적법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난민들이 미얀마 정부의 이런 애매한 발표를 믿고 본국행을 택할지는 미지수다.
미얀마 외무부의 민트 투 사무차관은 "쿠투팔롱 난민촌에서 만난 난민들은 본국으로 돌아가기를 갈망했다"며 "430여 명의 힌두교도뿐만 아니라 다른 난민들도 생업과 교육, 보건 문제 등에 대해 말했다. 이는 그들이 돌아오기를 바란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1차 송환대상자 명단에 이름이 오른 난민들은 신변안전과 시민권이 보장되지 않은 본국행에 대해 엄청난 불안감과 거부감을 표출하고 있다.
더욱이 송환대상자들의 본국행 희망 여부를 묻기 위한 시스템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방글라데시 외무부 관계자는 AFP 통신에 "난민에게 자발적인 귀환 의사가 있는지를 묻는 것은 유엔난민기구(UNHCR)의 몫이다"고 말했다.
현지 UNHCR의 알-카티브 대변인은 "시간이 촉박하지만, 아직 그 문제가 완전히 풀리지 않았다"며 "방글라데시 측이 난민들의 자발적 귀국 희망 여부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아직 그 절차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상황을 전했다.
방글라데시와 미얀마는 애초 지난해 11월 합의를 통해 72만 명에 이르는 난민을 2년 안에 모두 송환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지난 1월 송환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난민들의 시민권과 신변안전 보장을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송환 개시 시점은 계속 지연됐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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