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노동문제를 '촛불'정신에 걸맞은 대화로 풀 수 없나
(서울=연합뉴스)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 7만여 명이 10일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노동법 개정, 국민연금개혁, 비정규직 철폐 등을 촉구하며 오는 21일 총파업을 하겠다고 선포했다. 노동계 요구 사항들은 대부분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큰 도전이자 해결해야 할 과제다. 국민 절대다수가 노동자라는 점에서 노동계의 외침은 국민적 요구이자 희망 사항인 경우도 많다. 노동계 요구는 그 자체로는 잘못된 것이 아닐뿐더러 장기적으로 노동계가 요구하는 방향으로 해결돼야 하는 사안도 적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노동계 요구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민주노총은 '촛불 민심'에 역행하는 세상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 총파업은 촛불 민심에 부합하는지 묻고 싶다. 촛불 민심에 부합하는 문제 해결 방식은 대화와 협상일 것이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때 총파업으로 사회 갈등을 격화시키는 것은 국민 우려를 더 한다. 민주노총은 새로운 방식의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도 참여하지 않는다. 민주노총의 총파업과 경사노위 불참이 노동문제를 둘러싼 이견과 갈등 수준을 높여 모처럼 마련된 사회적 대화의 장이 무산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를 둘러싸고 정부, 경영계, 노동계 사이에 긴장이 조성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촛불 민심을 반영해 최저임금인상, 포용성장 등의 정책이 추진되는 지금은 기업, 사용자의 대척점에 있는 노동계에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시대는 아니라고 본다. 민주노총의 총파업 결정은 요구 사항을 효과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수단의 의미가 클 것이다. 정부나 경영계로부터 몇 가지 양보를 더 얻어내기 위한 힘겨루기나 물리력 행사보다 대승적이고 성숙한 협상 태도가 민주노총의 위상을 더 높이지 않겠나 싶다. 국민 호응과 신뢰를 받는 것이 민주노총의 협상력을 강화하는 지름길이다.
이미 선포한 총파업과 별도로 민주노총은 정부, 경영계와 성실하게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만 해도 협상의 여지가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경영계 요구대로 일부 업종의 경우 단위 기간을 늘리는 게 불가피하다면 노동자 건강권 강화나 수당 인상 등의 보완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간 산업·노동·경제 정책이 기업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노동자는 뒷전이거나 희생됐다는 호소를 십분 인정하더라도 그러한 관행이 하루아침에 바뀌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뿌리 깊고 광범위한 노동·사회 관행을 바꾸려면 끈기 있는 대화 없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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