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신청 마감일 지난 구 노량진수산시장…철거 앞두고 '한산'

입력 2018-11-10 15:55
이주 신청 마감일 지난 구 노량진수산시장…철거 앞두고 '한산'

'이전 거부' 상인 "끝까지 지킬 것…이전 신청한 상인들 서운해"

'이전 신청' 상인 "먹고 살아야 하니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구(舊)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의 신시장 입주 신청 마감일을 하루 지난 10일 시장은 평소보다 조용한 모습이었다.

수협은 전날 오후 5시 입주 신청서 접수를 마감한 결과 구시장 점포 258개 중 127곳이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수협은 구시장의 물과 전기를 끊고, 신청 마감일이 지나면 철거를 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날 오전 구시장 입구에서는 평소 농성을 하며 '투쟁' 구호를 외치던 상인들의 목소리를 듣기 어려웠다. 집회 때 사용되는 스피커에서 '투쟁가'만 흘러나왔다.

남아있던 구시장 점포 중 절반가량이 신시장으로 이전을 신청하면서 구시장 내부는 한산했다. 간혹 점포를 찾는 손님들도 있었지만 과거 주말처럼 손님으로 붐비던 시장의 모습은 아니었다.

신시장 이전 신청을 하지 않았다는 한 상인은 "전기랑 물을 끊다니 수협이 너무 야비하다"며 "구시장을 지킨 지 50년이다. 처음 30명 상인부터 시작해 우리가 수협을 배부르게 했다. 억울해서 못 나간다"고 말했다.

이전 신청을 하지 않았다는 또 다른 상인은 "나이도 있고 몸도 아파서 점포를 옮기기 힘들다"며 "신청한 상인들에게 솔직히 서운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이전을 신청한 상인들은 구시장에 남고 싶었지만, 전기와 물이 끊겨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전날 이전 신청을 했다는 한 상인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어두운 상황에서도 영업을 중단하지 않았다. 그는 "자리를 지키고 싶었지만, 물이랑 전기를 끊어서 어쩔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은 "물하고 전기를 끊으면 여기 있을 수가 없다"며 "신청 안 한 상인들이랑 어색한 사이가 됐다. 하지만 먹고 살아야 하니까 신청했다"고 이야기했다.

어두운 시장을 밝히기 위해 시장 복도에는 전구가 설치되고 있었다. 한 상인은 "상인들이 자체적으로 돈을 모아 발전기를 돌린다"고 설명했다.

신시장 건물 외부에는 시장 정상화를 요구하는 현수막이 걸렸다. '노량진수산시장 전체 종사자 일동'이라 적힌 현수막에는 '시장 정상화를 방해하는 외부세력을 규탄한다'고 쓰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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