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화 對 유지' 北美 제재 입장차 팽팽…기싸움 길어지나

입력 2018-11-10 14:01
수정 2018-11-10 15:18
'완화 對 유지' 北美 제재 입장차 팽팽…기싸움 길어지나

美, '미중 2+2' 통해 中 대북제재 이행 '단도리'

北, 조선신보 통해 '고위급회담에 제재완화 가지고 나오라' 요구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대북제재를 놓고 북한과 미국이 갈수록 선명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개최하려다 연기된 북미 고위급회담 일정이 언제 다시 잡힐지 미지수인 상황에서 제재 문제를 놓고 '장외 기싸움'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미국은 미중 2+2 외교·안보 대화를 통해 대북 제재망을 견고하게 다지지만, 북한은 이제까지 자신들이 취한 조치에 대한 상응조치 차원에서 미국이 우선 제재를 완화하라는 목소리를 점점 크게 내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9일(현지시간) 미중 외교·안보 대화를 하고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를 이행하는 데 있어 중국의 협력은 이 중요한 비핵화 이슈의 의미 있는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무역갈등 격화 와중에 북핵 해결을 위한 미중 협력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러시아도 최근 유엔 안보리 회의 소집을 요구하며 대북제재 완화에 대한 '세몰이'에 나선 바 있다. 따라서 이번 미중 외교·안보 대화에서 미국은 중국을 대북제재의 틀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붙들어 두는 데 역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치른 직후인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북핵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말을 7차례나 해가며 제재 유지를 강조한 이후 미국은 실제로 제재 전선을 공고히 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반면, '분주한 일정'을 이유로 북미 고위급회담을 연기시킨 북한은 '서두르지 않겠다'는 미국을 대화로 끌어들이기 위해 자신들이 양보하진 않을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취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와 핵·미사일 실험중단 등에 대한 미국의 '상응 조치' 차원에서 제재 완화를 거듭 요구하는 기류다.

대외적으로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의 10일 보도는 북한의 현재 정세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 외교가의 평가다.

조선신보는 "미국이 '서두르지 않겠다'는 표현으로 '속도조절론'을 주장하면서 (6·12)공동성명의 이행이 아닌 현상유지를 선호한다면 구태여 대화를 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미(북미)고위급회담이 판별의 기회로 될 수 있다"며 "미국이 조선 측의 우려 사항을 해결하기 위한 신뢰성 있는 조치를 취한다면 조미관계 개선의 진전이 수뇌분들의 다음번 상봉을 앞당겨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북한이 대북제재 문제를 '신뢰'의 맥락에서 거론해왔다는 점에서 '신뢰성 있는 조치'는 대북제재 완화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결국 북미 고위급회담에서 제재 완화라는 '선물'을 가지고 나올 것을 미 측에 요구하는 모양새인 셈이다.

그러면서 조선신보는 핵-경제 개발 병진노선의 부활을 언급한 북한 외무성 권정근 미국연구소장의 지난 2일 논평에 대해 "연구소 소장이 개인의 판단으로 써낼 수 있는 구절이 아니다"며 "경종이 울렸다"고 썼다. 이는 결국 미국이 제재 완화로 호응하지 않으면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음을 시사해 대미압박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몇몇 전문가들은 북미 양측의 이런 움직임을 '파국의 신호'로 속단하기보다는 협상을 앞둔 '샅바 싸움'의 맥락으로 볼 여지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분석했다. 다만 입장 차이가 단기간에 해소됨으로써 고위급회담이 조기에 열릴지는 미지수라는 예상도 나온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10일 "북한은 자신들의 비핵화 관련 '초기 이행조치'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치가 무엇인지를 알아보고서 고위급회담을 하겠다는 것 같다"며 "고위급회담을 앞두고 서로 최대치를 내놓으며 기싸움을 하는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과 미국이 서로 상대의 변화를 기다리는 상황이라 조기에 북미회담이 열릴지는 미지수"라면서 "다만 상호 물밑 대화는 이어갈 것이며, 북핵 문제에서 진전을 이뤄야 할 미국의 정치적 필요나 북한 내부 상황 등이 변수가 되면 전환점을 맞이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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