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정수빈 "잠실구장서도 홈런? 너무 멀어요"
(인천=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정수빈(28·두산 베어스)은 한국시리즈 4차전이 끝난 뒤 숙소에서 잠을 설쳤다.
8회초 SK 와이번스 강속구 불펜 앙헬 산체스를 상대로 역전 투런포를 터트린 여운이 가시지 않아 몇 번이나 잠에서 깼다.
10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SK와의 2018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5차전을 앞두고 만난 정수빈은 눈이 잔뜩 충혈돼 있었다.
정수빈은 "일찍 자려고 잠자리에 누웠는데 쉽게 잠이 들지 않더라"고 말했다.
그럴 만도 했다. 정수빈은 전날 4차전에서 0-1로 뒤지던 8회초 1사 1루에서 산체스의 시속 153㎞ 직구를 두들겨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순식간에 경기 흐름을 뒤집는 역전 투런포였다. 정수빈은 이미 홈런임을 직감한 듯 1루 베이스를 향하면서 두 손을 번쩍 들어 환호성을 터뜨렸다.
정수빈은 숙소에 도착한 뒤 자신의 홈런 영상을 여러 차례 돌려봤다.
그는 "영상을 보니까 내가 저렇게까지 좋아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크게 세리머니를 하더라"며 "그냥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다"고 했다.
방망이를 그 누구보다 짧게 잡는 정수빈이기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홈런이었다.
정수빈은 "분위기 반전이 필요할 때라 큰 거를 노렸다"면서 "하지만 배트는 평소와 똑같이 잡고 휘둘렀다"고 했다.
그는 "장타를 노린다고 일부러 길게 잡으면 타이밍이 늦을 수 있다. 똑같이 잡고 똑같은 타이밍으로, 대신 크게 치자고 맘먹었다"고 부연했다.
현재의 타격폼은 경찰청 복무 시절 만든 것이다.
그는 "예전과 비교해서 파워가 는 건 아니다. 대신 정확하게 맞히는 능력과 타이밍은 좋아졌다. 그래서 타구 질이 좋아진 것 같다"고 했다.
정수빈은 국내에서 가장 큰 잠실구장으로 장소를 옮겨서 치르는 6차전에서도 홈런을 기대할 만하냐는 질문에는 "잠실구장은 너무 멀다"고 무리라는 취지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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