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예멘공습 사우디 전투기 재급유 중단…휴전 압박(종합2보)
사우디 "미국에 재급유 중단 먼저 요청"
미국, 카슈끄지 살해·예멘 민간인 피폭에 사우디와 거리 두기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예멘 내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아랍동맹군 전투기에 대한 공중 재급유를 중단키로 했다.
아랍동맹군의 예멘 폭격에는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전투기가 대부분 투입된다.
미국 국방부는 9일(현지시간)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명의의 성명에서 "사우디 정부가 미국 정부와 협의를 거쳐 아랍동맹군이 자체적으로 재급유하기로 한 결정을 지지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사우디군은 10일 낸 성명에서 "미국과 의논한 결과 아랍동맹군이 자체로 공중 재급유 할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됐다고 판단했다"며 "재급유 중단을 미군에게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측의 재급유 중단이 사우디의 공습 임무 수행능력을 제한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했다.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의 브루스 리델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WP에 "미국이 사우디의 전쟁 활동을 억제하기 위해 구체적인 조치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이제 사우디가 예멘 영토 깊숙한 곳을 공습하거나, 수도 공격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현재 미군은 예멘으로 출격하는 아랍동맹군 군용기의 5분의 1에 재급유한다.
사우디 측이 먼저 재급유 중단을 요청했다고 해명했음에도 이번 미국 정부의 조처는 사우디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커지는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사우디 왕실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면서 위상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런 국제사회의 비판은 3년 반째 이어지는 최악의 인도주의적 참사인 예멘 내전에 개입한 사우디의 해묵은 책임론을 새삼 수면 위로 드러냈다.
2015년 3월 사우디의 군사 개입으로 본격화한 예멘 내전은 예멘 정부군과 반군의 대결 구도지만 사실상 사우디와 이란의 대리전으로 인식된다. 반군과 관계가 밀접한 이란의 영향력 확장을 막으려는 사우디가 예멘 정부군을 대신해 전투를 주도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런 사우디의 군사 개입을 2선에서 지원했으나, 카슈끄지 살해 사건이 예멘 민간인을 무차별로 공습하는 사우디군의 국제법 위반 행위로까지 번지자 화급히 거리를 뒀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지난달 30일 사우디에 30일 안으로 휴전협상을 시작하라고 압박했다. 매티스 장관은 8월에도 아랍동맹군에 대한 지원이 "무조건적인 것은 아니다"라며 민간인 인명 피해를 경고했다.
미국 의회에서도 카슈끄지 사건을 계기로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사우디에 대한 무기판매 보류와 공중급유 중단을 요구하는 등 사우디를 도와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우디에 다소 냉랭해진 미국이 휴전을 서두르는 만큼 9월 유엔이 중재했다가 무산된 예멘 평화협상이 재개될 가능성도 커졌다.
사우디는 이를 앞두고 지난주부터 예멘 반군의 최대 물류 거점인 남서부 항구 도시 호데이다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였다. 평화협상 시 좀 더 유리한 통제 지역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보인다.
이달 3일부터 한 주간 사우디군은 호데이다를 200여 차례 집중적으로 폭격해 150여 명이 사망했다. 사우디가 지원하는 예멘 정부군은 10일 호데이다 시내에서 4㎞ 정도 떨어진 지점까지 진격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평소 같으면 사람으로 붐비는 호데이다 시내 거리가 계속되는 폭격 속에 텅 비었다"며 시가전이 임박했다고 전했다.
미 국방부는 그러나 재급유는 중단한다면서도 아랍동맹군을 계속 지원하기로 했다.
매티스 장관은 9일 성명에서 "정통성이 있는 예멘 정부군을 지원하고 예멘에서 극단주의 무장조직인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를 소탕하기 위해 연합군과 협력하고 있으며, 예멘에서 민간 희생을 최소화하는 노력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가 지원하는 수니파 예멘 정부군과 이란이 지원하는 시아파 후티 반군 사이에 벌어진 이번 내전으로 2015년부터 현재까지 1만 명에 육박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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