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예멘서 사우디 전투기 재급유 중단…공습 차질 있을 듯(종합)
미 국방부 "사우디 정부의 자체 재급유 결정 지지"
미국, 막대한 민간인 희생에 휴전 압박 강화하는 듯
(서울=연합뉴스) 김준억 강건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예멘 내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연합군 전투기에 대한 재급유을 중단키로 했다.
미국 국방부는 9일(현지시간)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명의의 성명에서 "사우디 정부가 미국 정부와 협의를 거쳐 연합군이 자체적으로 재급유하기로 한 결정을 지지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사우디 정부도 주워싱턴 대사관을 통해 연합군이 자체적으로 재급유할 수 있으므로 미국에 재급유 중단을 요청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성명은 워싱턴포스트(WP)가 미국 정부의 재급유 중단 결정을 보도한 직후 나왔다. WP는 미국 측의 재급유 중단이 사우디의 공습 임무 수행능력에 제한을 가할 것이란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했다.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의 브루스 리델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WP에 "미국이 사우디의 전쟁 활동을 억제하기 위해 구체적인 조치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이제 사우디가 예멘 영토 깊숙한 곳을 공습하거나, 수도 공격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현재 미군은 예멘으로 출격하는 사우디 연합군 항공기의 5분의 1에 재급유를 해주고 있다.
이번 조치는 어린이를 포함해 수많은 민간인 희생자를 낳은 사우디 연합군의 무차별 공습에 국제사회의 비난이 높아지는 가운데 나왔다.
미국 내에서도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사우디에 대한 무기판매 보류와 공중급유 중단을 요구하는 등 사우디를 도와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매티스 장관은 지난 8월 민간인 희생 문제를 지적하면서 사우디 연합군에 대한 지원이 "무조건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경고한 바 있다.
최근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의 여파로 미국과 사우디 관계가 다소 냉랭해진 것도 이번 조치의 배경으로 꼽힌다.
사우디 당국의 '계획적 살해' 인정 직후인 지난달 30일에는 불과 몇 시간 간격으로 매티스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공습 중단과 평화협상 착수를 촉구하는 등 사우디에 휴전을 공개 압박하고 나섰다.
다만, 미 국방부는 재급유는 중단하지만, 사우디가 주축인 연합군을 계속 지원하기로 했다.
매티스 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정통성이 있는 예멘 정부군을 지원하고 예멘에서 극단주의 무장조직인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를 소탕하기 위해 연합군과 협력하고 있으며, 예멘에서 민간 희생을 최소화하는 노력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가 지원하는 수니파 예멘 정부군과 이란이 지원하는 시아파 후티 반군 사이에 벌어진 이번 내전으로 2015년부터 현재까지 1만 명에 육박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특히 사우디 연합군이 어린이 통학버스와 결혼식장, 장례식장을 오폭해 수많은 민간인 사망자를 내면서 비난 여론이 고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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