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빈 넘기고·허경민 막고·박건우 부활…살아난 두산 90년생

입력 2018-11-10 08:24
정수빈 넘기고·허경민 막고·박건우 부활…살아난 두산 90년생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두산 베어스는 '1번 허경민, 2번 정수빈, 3번 박건우'로 한국시리즈(KS) 1∼3차전을 치렀다.

셋은 1990년생 동갑내기다. 고교 시절인 2008년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함께 우승을 일군 기억도 있다.

이들은 무럭무럭 자라 두산의 주축 선수가 됐다.

하지만 KS 1∼3차전에서는 고개 숙일 일이 많았다.

견고한 수비를 자랑했던 3루수 허경민은 실책 2개를 범했다. 정수빈은 1차전 5타수 3안타로 활약했지만, 이후 2경기에서 9타수 무안타에 출루조차 하지 못했다. 박건우는 1∼3차전에서 12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1990년생 주축 선수들의 부진 속에 두산은 시리즈 전적 1승 2패로 밀렸다.

9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KS 4차전에서는 박건우가 6번으로 내려갔다. 허경민과 정수빈은 테이블 세터 자리를 지켰지만, 잔뜩 긴장한 채 경기를 준비했다.



KS 4차전이 끝난 뒤, 동갑내기 친구 3명은 함께 웃었다.

허경민은 호수비를 펼쳤고, 정수빈은 역전 투런 아치를 그리며 환호했다. 박건우도 지독한 무안타 사슬을 끊었다.

두산은 SK를 2-1로 누르고 시리즈 전적을 2승 2패로 만들었다.

0-0으로 맞선 2회말 2사 1루, SK 김동엽은 3루 쪽으로 강한 타구를 날렸다. 1루 주자가 걸음이 느린 이재원이어서 득점까지는 어려웠겠지만, 타구가 3루수를 빠져나갔다면 두산은 2사 2, 3루 위기에 빠질 수 있었다.

그러나 두산 3루수 허경민이 몸을 던져 공을 잡았다. 그라운드에서 한 바퀴를 구른 허경민은 빠르게 균형을 잡고 정확하게 1루 송구를 했다. 그렇게 SK의 2회말 공격이 끝났다.

박건우는 4회초 1사 후 우전 안타를 쳤다. 이번 KS에서 나온 그의 첫 안타였다. 박건우는 8회초 볼넷을 얻어 이번 시리즈 처음으로 '한 경기 두 차례 이상 출루'에 성공했다.

KS 4차전 영웅은 정수빈이었다. 정수빈은 0-1로 뒤진 8회초 1사 1루에서 SK 외국인 투수 앙헬 산체스의 시속 153㎞ 직구를 통타해 오른쪽 담을 살짝 넘어가는 역전 투런 아치를 그렸다.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정수빈도 펄쩍펄쩍 뛰며 기쁨을 맘껏 표현했다.

친구 정수빈의 홈런은 가슴앓이했던 허경민, 박건우의 마음마저 매만졌다.

두산 1990년 동갑내기 친구들의 얼굴이 미소가 번졌다.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노리는 두산에는 무척 좋은 징조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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