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체액, 서랍 속 지문…어린 시절 죗값 치르게 한 흔적들
(의정부=연합뉴스) 최재훈 기자 = 미성년자 시절 범죄를 저지르고도 운 좋게 수사망을 피해간 피의자들이 당시 남겼던 지문, 유전자 증거물이 단서가 돼 수년 만에 죗값을 치렀다.
11일 경기 의정부경찰서에 따르면 2013년 6월 12일, 당시 18살이던 A씨는 가출 상태에서 돈을 훔치기 위해 자정 무렵 의정부시의 한 상가 건물 사무실에 들어갔다.
돈이 될만한 것을 찾기 위해 사무실 이곳저곳을 뒤졌지만 실패한 A씨는 그대로 달아났다.
경찰은 사무실 서랍에서 확실한 증거라 볼 수 있는 A씨의 지문을 채취했다. 하지만, 당시 미성년자였던 A씨의 지문은 조회되지 않았다. A씨의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찍히긴 했지만, 화질이 너무 낮았다. 사건은 결국 미제로 처리됐고, A씨는 야간건조물침입죄의 처벌을 면하게 됐다.
하지만, A씨가 남긴 지문이 결국 덜미를 잡았다. 최근 경찰청에서 실시한 피의자 지문 재검색에서 성인이 돼 등록된 A씨의 지문이 당시 발견된 지문과 일치한다는 결과가 나왔고, 경찰은 A씨를 체포했다.
"왜 연고도 없는 그 사무실에서 지문이 나왔냐"는 추궁에 A씨는 5년 만에 범죄를 시인할 수밖에 없었다.
7년 전 강도질을 하고도 체포되지 않았던 B(24)씨의 죗값을 치르게 한 것은 체액이 뭍은 마스크였다.
2011년 4월 12일 새벽 의정부에서 택시를 탄 B씨는 택시가 서고 기사가 요금을 받으려 하자 갑자기 기사를 마구 때렸다. B씨는 이에 그치지 않고 약 3시간 후 길가는 여성의 핸드백을 낚아채 도망가려 했다. 여성이 반항하자 배를 수차례 걷어차며 폭행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B씨의 것으로 보이는 마스크를 발견해 유전자를 채취했지만, 조회 결과는 없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올해, B씨는 결국 쇠고랑을 차게 됐다. 현장에 흘린 마스크가 증거가 됐다. 최근 법무부에서 구속자의 DNA를 미제사건에서 확보한 DNA와 비교, 대조하는 작업을 했는데, 과거 다른 범죄로 구속됐던 B씨의 유전자가 마스크에 묻은 체액의 DNA와 같다는 결과가 나왔다.
출소 후 자유를 누리던 B씨는 다시 체포돼 "가출 상태에서 돈이 필요했다"며 죄를 시인했다.
경찰청은 미제사건 해결을 위해 지문자동검색시스템으로 지문 재검색을 하고 있다. 사건 발생 당시에는 기술력 부족으로 식별이 힘들었던 조각지문을 구별하거나, A씨처럼 미성년자였던 피의자의 지문 식별에 톡톡히 효과를 보고 있다.
또, 법무부는 수형자나 구속 피의자의 유전자를 채취해 국과수 등 유관기관과 함께 미제사건 때 확보한 유전 정보와 비교, 대조하는 작업을 지속해서 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유전자나 쪽지문 등 미세 증거를 지속해서 분석해 죄를 지으면 반드시 벌을 받을 수 있도록 유관 기관과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jhch79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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