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평생 번 돈 나누고 싶어"…40억 사재 털어 미술관 지은 60대
강진미술관 김재영 대표, 추사 글씨·겸재 그림 등 소장 작품 280여점
(강진=연합뉴스) 조근영 기자 = "강진에서 사업을 해 번 돈, 군민과 함께 나눌 좋은 일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미술관을 짓게 됐습니다."
영랑의 시혼이 살아 숨 쉬는 문화예술의 고장 전남 강진에 또 하나의 명물이 탄생했다.
인구 3만6천여명에 제대로 된 극장 하나 없는 등 문화 시설이 열악하기 짝이 없는 시골에 반듯한 미술관이 들어섰다.
이 미술관은 강진에서 36년간 민물 뱀장어 양식업을 한 김재영(60) 대표가 지은 것이다. 양식업을 하며 평생 모은 돈 40억여원을 쏟아부었다.
지난달 19일 개관한 강진미술관은 강진읍 동문로 39번지 5천188㎡ 부지에 연면적 510.97㎡의 한옥 본관과 전시관으로 구성됐다.
김 대표는 11일 "전설적 부호였던 동은 김충식의 별장터와 인근 부지는 만덕산과 강진평야, 탐진만이 한눈에 고스란히 들어오는 명당"이라면서 "이 아름다운 공간을 개인적으로 사용하기보다 미술관을 지어 많은 군민과 관광객이 공유할 수 있는 문화예술의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강진미술관은 작품 수준이나 규모로도 전국에서 빠지지 않는다.
김 대표가 평생 모아 소장한 미술작품 280여점 중 115점을 전시하고 있다.
나머지 작품은 매년 2∼3회 특별기획전을 통해 방문객들에게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김 대표는 추사 김정희 글씨와 겸재 정선의 그림 등 국보급 작품을 포함해 이당 김은호, 심양 박승무, 남농 허건, 소치 허련, 의재 허백련, 송용, 박만수, 구명본, 위진수, 문춘길 등 유명 화백 작품과 평양미대 교수인 박래천, 북한공훈예술가인 라병주 등 북한 작가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강진읍 시가지와 강진만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보은산 중턱에 위치한 강진미술관은 김 대표가 부지 매입부터 설계까지 애착을 갖고 직접 참여한 공간이다.
김 대표가 김충식의 별장 터 일대에 강진미술관을 개관한 이유도 있다.
건축물 속에 갇힌 전시실이 아닌 자연과 어우러져 작품과 공감하며 힐링 할 수 있는 미술 감상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서다.
김 대표는 미술관을 주민과 관광객들에게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전시 작품에 대한 방문객들의 원활한 이해를 돕기 위해 한 달 전부터 큐레이터를 고용해 작품설명도 진행하고 있다.
미술관 마당을 정비해 정원으로 꾸미고 아름다운 주변 풍광을 편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팔각정 건물을 신축할 계획도 갖고 있다.
김 대표는 "강진미술관이 예술에 대한 다양한 담론이 오가며 문화적 갈증을 해소하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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