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사치의 여왕' 이멜다에 최고 77년형 선고…체포영장(종합)
항소예상, 당장 구속되진 않아…항소심 진행되는 동안 의원직 유지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사치의 여왕'으로 불리는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필리핀 대통령의 부인 이멜다(89) 하원의원에게 법원이 9일 부패혐의와 관련해 최고 징역 77년을 선고하고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산디간바얀 반부패 특별법원은 이날 이멜다 의원의 부패혐의 10가지 가운데 7개 항을 유죄로 판단하고 항목별로 징역 6년 1개월∼11년을 선고했다. 모두 합치면 44년 7개월에서 77년형이다.
법원은 이에 따라 이멜다 의원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공직을 박탈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멜다는 마르코스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1975년 매트로 마닐라 주지사로 재직하면서 무려 2억달러(2천256억8천만원)를 스위스 재단에 옮긴 혐의로 1991년 12월 기소됐다.
부정한 방법으로 챙긴 것으로 추정되는 이 돈은 스위스 은행 계좌에 가명으로 예치됐지만, 이멜다가 계좌개설 서류에 자신의 이름으로 사인하는 바람에 들통이 났다.
이번 판결에 대해 전 필리핀 인권위원회 위원장인 로레타 안 로잘레스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기뻐서 마구 뛰었다"고 환영했다.
그러나 이멜다에 대한 체포영장이 곧바로 집행되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멜다가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보석을 신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멜다는 또 항소심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다.
이멜다는 1993년에도 반부패 특별법원에서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병원재단과 철도회사에 유리하도록 정부와 변칙적인 계약을 체결한 혐의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지만, 1998년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바 있다.
남편의 독재시절 심한 낭비벽으로 '사치의 여왕'이라는 별명이 생긴 이멜다는 2016년 5월 총선에서 하원의원 3연임에 성공했다.
그는 내년 중간선거때 남편의 고향인 일로코스 노르테주의 주지사에 도전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마르코스는 1965년 당선된 뒤 1972년 계엄령을 선포하며 장기집권에 나섰다가 1986년 '피플 파워'(민중의 힘) 혁명으로 사퇴했다. 그 직후 하와이에서 망명 생활을 하다가 1989년 72세를 일기로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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