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공소시효 한 달 남기고 줄줄이 소환되는 단체장들
유사 선거사무소·사전 선거운동·허위사실 유포 등 혐의
(전국종합=연합뉴스) 공직선거법 위반 공소시효 만료를 한 달 남기고 6·13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단체장들이 검찰과 경찰에 줄줄이 소환되고 있다.
소환된 단체장 대부분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으나 수사결과에 따라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불상사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검경은 코앞으로 다가온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관련자 진술과 증거를 확보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더할 방침이다.
전주지검은 9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송하진 전북도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송 지사는 지방선거 경선 과정에서 자신의 업적을 소개하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유권자에게 대량 발송하고, 당원에게 여론조사 내용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유사 선거사무소를 차려 운영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기본적인 수사를 끝낸 만큼 관련자 진술과 증거를 토대로 조만간 송 지사 기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날 이재수 강원 춘천시장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이 시장은 지방선거 예비후보였던 지난 3월 13일 시청 여러 부서를 방문해 명함을 나눠주고 지지를 호소하는 등 선거운동을 한 혐의를 받는다.
강원도선관위는 당시 이 후보에게 서면 경고 조처를 했으나, 자유한국당 고발로 수사가 진행됐다.
춘천지검에 모습을 드러낸 이 시장은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성실하고 정직하게 조사에 임하겠다"며 짧게 입장을 밝힌 뒤 조사실로 향했다.
울산지검도 이날 선거운동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를 받는 김일권 경남 양산시장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김 시장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시 현직이던 나동연 시장의 행정지원 미비로 타이어공장이 다른 지역에 건립됐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혐의를 받는다.
나 전 시장은 "타이어공장 건립은 내가 시장에 취임하기 전부터 결정된 일"이라며 김 시장을 고발했다.
검찰은 "공장 건립이 결정된 시점이 나 전 시장 취임 이전인 것으로 확인돼 혐의가 인정된다"며 기소 결정 배경을 밝혔다.
'친형 강제입원'과 '여배우 스캔들' 의혹의 중심에 선 이재명 경기지사도 지난달 29일 피고발인 신분으로 경찰서에 출석했다.
소환된 다른 단체장과 달리 포토라인에 선 이 지사는 "경찰에서 조사하면 다 밝혀질 일"이라며 "인생지사 새옹지마 아니겠냐. 권한을 사적인 용도로 남용한 일이 없다. 사필귀정일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기지사의 한 시간은 1천300만(경기도 인구) 시간의 가치가 있다. 귀한 시간에 도청을 비우게 돼 도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바른미래당 성남적폐진상조사특위는 방송토론 등에서 친형 강제입원과 배우 김부선 씨 관련 의혹을 부인한 이 지사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 등으로 고발했다.
이 밖에 미등록 여론조사를 공표하고 자원봉사자에게 수고비를 준 이정훈 서울 강동구청장과 선거 과정에서 금품을 살포한 혐의를 받는 황천모 경북 상주시장 등도 각각 검찰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공직선거법 위반 공소시효가 만료되는 올해 안에 소환된 단체장들의 기소 여부를 결정지을 예정이다.
공직선거법상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된 단체장은 직위 상실과 함께 피선거권 제한 등 불이익을 받게 된다.
(김동철, 이재현, 허광무, 최해민, 한무선, 정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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