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포퓰리즘 연정, 공소시효 개혁에 합의…분열 봉합 수순
"특정 기한 정해놓고 재판 진행…2020년 1월부터 발효"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공소시효 개혁을 놓고 대치하며, 연합정부 붕괴 가능성까지 점쳐졌던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전격 합의하며 분열 봉합에 나섰다.
포퓰리즘 정부의 실세인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8일 오전(현지시간) 로마에서 루이지 디 마이오 부총리 겸 노동산업장관과 회동한 뒤 부패 사건을 포함한 다양한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개혁안과 관련해 접점을 찾았다고 밝혔다.
반(反)난민에 앞장서는 극우정당 '동맹'의 대표인 살비니 부총리는 "공소시효 개혁에 대한 협상이 타결됐다"며 합의안은 범죄의 심판을 위한 공소시효를 아예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기한을 정해놓는 조건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개혁안은 사법절차 전반에 대한 개혁안이 의회의 승인을 거친 뒤 2020년 1월부터 발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을 이끄는 디 마이오 부총리도 공소시효 개혁에 대한 합의가 도출된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상이 마침내 변화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확실한 기한 내에서 재판이 좀 더 빠르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며 반겼다.
디 마이오 부총리는 이날 회동에 앞서 일간 일 파토 쿼티디아노에 실린 인터뷰에서는 "연정 파트너인 동맹이 공소시효 개혁안에 합의하지 않으면 우리와의 연정이 붕괴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배수진을 친 바 있다.
부패한 기성정당을 싸잡아 비난하며, 투명성 확보와 부패 척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오성운동은 현행 공소시효 규정에 가로막혀 부패 사건을 비롯한 너무나 많은 범죄들이 제대로 단죄되지 않고 있다며 1심 재판이 이뤄진 후에는 공소시효가 아예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실제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를 비롯한 이탈리아의 상당수 정치인들과 범죄 용의자들은 공소시효 만료로 뇌물 수수를 비롯한 범죄 사건에서 심판을 면해 왔다.
반면, 동맹은 공소시효가 없어지면 가뜩이나 더디기로 악명높은 사법 절차 지연이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아 선량한 피고인들에게까지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며 공소시효 전면 철폐와 같은 급진적인 개혁안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맞서왔다.
한편, 이날 회동에는 주세페 콘테 총리와 알폰소 보나페데 법무장관도 동석했다.
보나페데 장관은 "오늘 합의된 공소시효 개혁안은 내주 의회에서 논의될 반(反)부패법 개정안에 포함돼 있다"고 설명하며 "이는 획기적인 사법절차 개혁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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