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대통령, 자국내 러시아 정교회 대표들 출국 요구
"우크라서 할일 없다"…우크라 정교회 독립 둘러싼 분쟁 확산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정치적 갈등과 연관된 양국 정교회 분쟁이 한층 심화하고 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자국 내 러시아 정교회 대표들에게 우크라이나를 떠나라고 요구했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와의 대결을 주제로 한 회의에 참석해 "당신들(러시아 정교회 대표들)과 당신네 교회가 이곳에서 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 당신네 군인들과 무장 세력도 이곳에서 할 일이 아무것도 없다. 고향인 러시아로 돌아가라"고 말했다.
포로셴코는 "우크라이나 정교회 주교들이 조만간 통합 회의를 열 것이고 그 뒤 우크라이나 교회는 자치권(autocephaly)을 획득할 것"이라면서 "이 사건은 27년 전(1991년) 우크라이나가 (옛 소련으로부터) 독립을 선포한 것과 비견될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에는 현재 러시아 정교회인 모스크바총대주교구 산하 우크라이나 정교회, 우크라이나의 정치적 독립(1991년) 이후 형성된 키예프 총대주교구 산하 우크라이나 정교회, 1910년대에 조직된 우크라이나 자치 정교회 등 여러 정교회 분파가 있다.
이날 포로셴코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러시아 정교회 측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러시아 정교회 키릴 총대주교 공보관은 "모스크바총대주교구(러시아 정교회) 산하 우크라이나 정교회에는 우크라이나의 여러 신자들이 속해 있다"면서 "포로셴코가 자국민을 향해 러시아로 떠나라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실제 교회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공보관은 그러면서 "행정적 측면에서 모스크바총대주교구 산하 러시아 정교회 대표들은 우크라이나에 없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교회 분열을 둘러싼 양국 간 충돌은 지난달 11일 동방정교회 수장 격인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구 주교 회의(시노드)가 러시아 정교회의 강력한 반발에도 우크라이나 정교회의 분리 독립을 공식 인정하면서 비롯됐다.
우크라이나가 1991년 옛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우크라이나 정교회도 러시아 정교회로부터 분리를 선언하고 정교회 교회법에 따른 자치권(autocephaly) 획득을 시도해왔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하지만 이번에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구가 우크라이나 정교회의 오랜 소망을 들어주기로 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정교회 분리 독립 결정에 우크라이나 정부는 오래 기다린 '역사적 사건'이라고 환영했으나, 러시아 정교회 측은 근래 1천 년 사이 최대 분열이라며 '재앙'이라고 비판했다.
러시아 정교회는 우크라이나 정교회 분리 독립 결정에 반발해 사실상 전 세계 정교회를 상대로 영적인 권위를 행사하는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구와 모든 관계 단절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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