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소송 '신의칙' 불인정 시 일자리 5만개 줄어"(종합)
김창배 여의도연구원 연구위원, 경총 세미나서 주장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통상임금 소송에서 '신의성실 원칙'(이하 신의칙)이 인정되지 않아 기업이 소송에 따른 추가법정수당을 감당해야 할 경우 총 5만5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김창배 여의도연구원 연구위원은 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주최로 열린 '통상임금 신의칙 정책 세미나'에서 '통상임금 확대가 자동차산업과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신의칙은 '법률관계 당사자는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해야 하고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행사를 해서는 안 된다'는 민법상 기본 원칙으로, 2013년 통상임금 소송 관련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때 등장했다.
당시 대법원은 노사가 ▲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 산정 기준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했고 ▲ 통상임금에 포함할 경우 당초 합의한 임금 수준을 훨씬 넘고 ▲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된다면 신의칙 위반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줘야 하는 통상임금이라 하더라도 줄 필요가 없다고 판시했다.
해당 판결 이후 통상임금 소송들의 쟁점은 신의칙 적용 여부에 집중됐다. 그러나 대법원이 제시한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라는 기준 자체가 모호해 하급심 판결이 계속 엇갈리는 문제가 발생했다.
김 위원은 실제 진행 중인 A기업의 통상임금 소송에서 신의칙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부담해야 하는 총금액이 6조5천152억원이라는 점을 참조해 산업연관표(2014년)를 바탕으로 산업별 신의칙 배제에 따른 생산유발효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신의칙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자동차, 자동차부품, 서비스, 금속제품 등 전반적인 산업에서 총 16조770억원의 생산이 감소한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이를 토대로 산업별 취업유발효과를 계산하면 총 5만5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게 김 위원의 주장이다.
김 위원은 "통상임금 범위 확대로 인한 노동비용 증가는 자동화를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자동차산업 등 기계 조작·조립 반복업무가 많은 직종에서 일자리 대체 위험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상임금 소송에서 신의칙 적용 판단기준'을 주제로 발표한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에 과거 통상임금 합의에 대한 높은 신뢰가 있다면 근로기준법에 따른 추가법정수당 청구라고 해도 신의칙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일부 하급심 법원이 과거 임금협약 당시 노사 합의에 대한 회사의 높은 신뢰를 확인하고도, 추가법정수당을 지급해도 경영 상황에 문제가 없으리라는 예측에만 집중해 자의적으로 결론을 내린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추가수당 지출로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발생하는지는 사후적이고 외부적인 사실관계에 불과하다"면서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 또는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사정'은 사법부에서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적극적인 판단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총은 "기업 입장에서는 통상임금 판례가 갑자기 변경돼 거액의 예기치 못한 채무를 부담한다는 점과 같은 사건임에도 심급별로 판결이 일관되지 못해 예측 가능성을 저해한다는 점이 큰 어려움"이라며 "이는 기업의 국제경쟁력에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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