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압박 속 중러 총리 회동…"전략적 협력 강화 합의"
메드베데프, 방중기간 시진핑 등 中지도부 서열 1~3위 모두 만나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미국의 '압력'을 받는 중국과 러시아의 총리가 베이징(北京)에서 만나 전방위적인 전략적 협력 강화에 합의했다.
특히 이번 회동은 미국 중간선거가 끝난 직후 열려 관심을 끌었다. 양국은 이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러 견제에 대응하기 위해 양국간 밀월관계를 대내외에 과시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8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전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제23차 중러 총리 회담을 하고 경제·무역 협력 확대와 정치적, 전략적 상호 신뢰 관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회담에는 중국에서 한정(韓正) 부총리와 쑨춘란(孫春蘭) 부총리, 후춘화(胡春華) 부총리, 러시아에서는 안톤 실루아노프 부총리 겸 재무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양측 고위 관리들이 대거 출동해 회담의 무게감을 더했다.
리 총리는 회담에서 "중러 양국은 가장 큰 이웃으로 발전에 중요한 기회를 서로 제공했다"면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수차례 만나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린 점을 강조했다.
리 총리는 "중러 관계 강화는 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안정과 글로벌 경제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서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정치적, 전략적 상호 신뢰 강화를 지속하고 모든 분야의 협력을 확대하며 전 세계 평화와 안정, 발전을 위해 함께 공헌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러 간 경제 무역 협력이 올해 들어 급증하고 있다면서 "올해 양국 무역액이 1천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되며 향후 큰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무역 증진과 상호 투자 확대, 농업 협력 강화, 전자상거래 발전, 과학기술 및 기초 연구 분야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간 교류와 언론, 청소년, 관광, 의료, 스포츠 분야에도 양국 간 접촉이 활발해져야 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리 총리는 미국을 겨냥한 듯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세계무역기구(WTO)의 원칙을 지키면서 자유무역과 다자주의를 수호할 준비가 돼있다"면서 러시아와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 협력도 역설했다.
이에 메드베데프 총리는 "러시아는 중국과 모든 분야에서 교류를 강화해 실질적인 협력과 무역 확대를 추진할 것"이라면서 전자상거래와 농업, 원자력, 에너지, 교통 분야의 협력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기반으로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을 지키자는데 동의하면서 "WTO 개혁과 상하이협력기구,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의 협력을 위해 양국 간 소통을 강화하자"고 말했다.
이날 양국은 투자, 에너지, 지방간 협력, 문화 교류, 농업, 항공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밀월관계를 보여줬다.
중러 총리회담이 끝난 뒤 리 총리는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번 회담이 실용적이었으며 풍성한 성과를 거뒀다"면서 중러 관계의 돈독함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메드베데프 총리는 이날 중국 지도부 서열 3위인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과도 만나 양국간 법률 보호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 5일 공식 방중한 메드베데프 총리는 상하이에서 열린 제1회 중국국제수입박람회에 참석해 시진핑 국가주석을 접견하는 등 중국의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
[로이터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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