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박치국, 모자에 새긴 김강률 이니셜…"선배 몫까지"
(인천=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두산 베어스의 우완 사이드암 투수 박치국(20)은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걱정이 많았단다.
시즌 막판부터 구속이 돌아오지 않아서다.
두산은 한국시리즈 준비를 위해 정규시즌을 마치고 일본 미야자키 교육리그에 참가했다.
일본 팀 선수들은 직구 시속이 130㎞ 후반에서 140㎞ 초반을 맴돈 박치국의 공을 쉽게 쳐냈다.
하지만 박치국의 걱정과 고민은 정작 한국시리즈에서 눈 녹듯 사라졌다.
7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SK 와이번스와의 한국시리즈 3차전을 앞두고 만난 박치국은 "첫 단추를 잘 끼우면서 자신감을 찾았다"고 말했다.
박치국이 말한 첫 단추는 한국시리즈 1차전이다. 박치국은 1차전 7회초 1사 2루에서 조쉬 린드블럼으로부터 공을 넘겨받았다.
박치국은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인 김강민을 3루수 앞 땅볼로 돌려세운 뒤 교체됐다.
포스트시즌 데뷔전을 순조롭게 치른 박치국은 2차전에서는 더욱 타이트한 상황에서 올라왔다.
4-3, 1점 차로 쫓긴 7회초 2사 1, 2루에서 투입된 박치국은 SK의 간판타자 최정과 풀카운트 승부를 벌인 끝에 루킹 삼진을 잡아내고 포효했다.
박치국은 "1차전은 솔직히 긴장이 많이 됐다"며 "하지만 김강민 선배를 땅볼로 처리한 뒤에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첫 단추를 잘 끼운 덕분인지 조금씩 시즌 초반의 페이스가 돌아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치국의 모자 속에는 '27'이라는 숫자와 함께 'KKR'이라는 영문 이니셜이 적혀 있다. '불펜 해결사' 김강률(30)의 등 번호와 영문 이름 첫 글자다.
김강률은 교육리그에서 아킬레스건을 다쳐 한국시리즈 출전이 좌절됐다. 공교롭게도 다치기 전날 김강률은 박치국과 박신지 등 젊은 후배 투수들에게 신발을 선물했다고 한다.
박치국은 "김강률 선배가 '너희가 잘해서 꼭 우승하라'면서 모자에 이니셜을 적어주셨다"며 "선배 몫까지 최선을 다해 던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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