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학대 의혹…보은 공동생활가정 정밀조사 착수
불법 드러나면 시설 폐쇄 방침…수용 장애인 7명 거처 옮겨
(보은=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충북도와 보은군이 장애인 학대 의혹이 제기된 보은군 내북면 장애인 시설에 대한 정밀조사에 착수했다.
불법이 드러날 경우 시설 폐쇄 등 강력 대응 한다는 방침이다.
7일 충북도와 보은군에 따르면 7명의 중증 장애인이 벽지도 없는 방에 갇혀 생활한 것으로 드러난 이 시설의 위법성 여부를 꼼꼼하게 조사하는 중이다.
경찰과 충북도 장애인권익옹호기관도 장애인에 대한 폭행이나 방임 등 학대가 있었는지 확인하고 있다.
문제가 된 시설은 4층짜리 모텔 건물이다.
A(56)씨 부부가 부도난 건물을 사들인 뒤 2015년 4층에 장애인 공동생활가정을 열고, 지난해 1층에 장애인 자립지원센터를 설치했다.
공동생활가정은 4명 이하 장애인이 함께 생활하는 거주시설이고, 자립지원센터는 자립능력을 키우는 적응시설이다.
2곳 모두 허가대상이 아니어서 행정기관에 신고만 하면 운영이 가능하다. 상대적으로 당국의 관리가 허술해 인권 사각지대에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이곳 역시 정원보다 많은 7명의 중증 장애인이 생활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당국은 이들이 벽지도 없는 좁은 방에서 감금되다시피 갇혀 지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이 생활하던 4층 방에는 난방시설조차 없는 상태였다.
보은군 관계자는 "시설 측은 4층에 난방장치 등을 설치하는 공사를 하는 중이라고 밝혔지만, 이들이 언제부터 이런 환경에서 생활했는지는 더 조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당국은 6일 오후 이곳에 있던 장애인들을 충주와 제천, 옥천의 장애인 보호시설로 옮겼다.
이들은 건강검진과 더불어 1대1 심층면담 등을 통해 학대가 있었는지에 대한 전문기관 조사를 받는다.
당국은 이들에게 지급된 생계주거비와 장애인 연금 사용 내역도 파악하고 있다.
이들 중 기초생활수급자인 5명에게는 매달 보은군이 93만원의 생계주거비 등을 지급했다. 이 돈은 A씨 남편이 급여관리자로 지정받아 대신 관리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럴 경우 당국은 한해 2차례 급여 관리실태를 점검하게 돼 있다.
군 관계자는 "하반기 점검을 앞둔 상태였는 데, 이번 문제가 생겼다"며 "올해 들어 수용 장애인이 갑자기 증가한 이유는 무엇이고, 군청에는 왜 4명만 신고했는지 등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인권침해나 학대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이 기관 관계자는 "외견상 상처나 폭행 흔적 등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이들이 안정을 찾는 대로 학대나 방임 여부에 대한 정밀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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