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제재 여파…이란 병원에 '장기판매' 광고쪽지 덕지덕지
생계비 마련하려 매일 떼내도 하루 수십장씩 나붙어
테헤란 시민 "미, 이란 정부 겨냥한다지만 죽어나는 건 국민"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미국이 5일 발동한 2단계 대이란 제재로 이란 국민의 샐활고가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수도 테헤란에는 장기를 팔아 생활비를 마련하려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지난 8월 1단계 제재를 재개한 이래 이란에서는 우유, 치즈 등 생필품 가격이 급등, 일반 국민의 생활을 압박하고 있다.
요즘 이란 수도 테헤란의 병원 앞 벽이나 병원내 화장실 등에는 장기 구입 희망자를 구한다는 손으로 쓴 벽보가 수십장씩 붙어 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7일 보도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란에서는 '이란신장재단'에 등록해 이식허가를 받으면 신장제공자에게 기증 후 1억8천만 리알(약 480만 원)이 사례비로 지급된다. 그러나 이식을 빨리 받기 위해 벽보 같은 쪽지 광고나 인터넷을 통해 신장을 사고 팔아 재단의 사례비와는 별도로 돈을 주고 받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장기이식 전문병원에서 근무하는 자파드 밀살림(23)은 "병원 안팎에 나붙은 장기판매 쪽지를 매일 떼내는데도 다음날이면 다시 덕지덕지 나붙는다"고 말했다.
이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장기이식은 작년에 비해 2배로 늘었다. 20-30대 남자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신장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테헤란에서 전기가게를 운영하는 베블스 아흐마디(44)는 "3억 리알에 신장을 팔겠다"는 쪽지를 내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핵합의 탈퇴를 선언한 5월 이후 경제가 악화하면서 손님이 격감하는 바람에 월 수입이 3만 원 정도로 쪼그라들었다. 고리로 빌린 800만 원에 육박하는 빚을 갚을 수 없게 돼 연일 이자독촉에 시달리고 있다. 이달 말까지 원금을 갚지 못하면 기소돼 감옥에 수감된다고 한다.
아내(42)와 장남(9), 차남(2) 등 4인 가족의 가장인 그는 "가족의 미래를 위해 신장을 팔지 않으면 안된다"고 눈물을 쏟으면서 "트럼프는 (제재가) 이란 국민이 아니라 정부와 체제를 겨냥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죽어나는 건 국민"이라고 말했다.
5일 재개된 미국의 2단계 대이란 제재는 이란 수입의 60%를 차지하는 원유수출에 초점을 맞춘 것이어서 국가 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다. 그러나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지난달 말 "이란 국민은 곤란을 겪겠지만 정부는 미국의 제재를 겁내지 않는다"고 선언, 국민에게 희생을 강요하더라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란 통화인 리알화의 실제 환율은 1월 1달러 약 4만3천 리알에서 현재는 3분의 1 이하로 하락했다. 이란 중앙은행에 따르면 이란 물가상승률은 9-10월에만도 15.9%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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