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단말기 묶음판매 금지' 완전자급제 법안 추진
김성태 의원, 법안 공개…판매 장소 물리적 분리
유통점 "생존권 위협" 반발…이통사 경쟁 구도 고착화 우려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국회 차원에서 이동통신사의 단말 판매를 금지하는 완전자급제 법안이 추진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완전자급제 2.0'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완전자급제는 이동통신 서비스와 단말기 판매의 분리를 의미한다. 이통사는 이동통신서비스 판매만 전담하고, 단말기 판매는 제조사가 맡는 방식이다.
김성태 의원의 법안은 작년 9월 발의한 완전자급제 1.0 법안에 기존 발의된 개정법안 2개(박홍근 의원 안, 김성수 의원 안)를 포괄해 단말과 서비스 판매의 완전한 분리를 명시했다.
주요 내용은 ▲ 묶음 판매 금지 ▲ 판매장소 물리적 분리 ▲ 개통업무 재위탁 금지 ▲ 이용약관 외 이용자와 개별 계약 체결 금지 등이다.
구체적으로 완전자급제 1.0 법안은 단말과 서비스의 부분 묶음 판매를 허용했지만, 2.0 법안에서는 전면 금지한다. 기존 법안 시행 시에는 현재 유통구조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아 각 영역을 분리했다는 게 김성태 의원 측의 설명이다.
현재는 단말기 제조사와 이통사가 대리점과 판매점을 통해 이동통신서비스와 단말기를 묶어 판매한다. 소비자는 특정 이통사에 가입하는 조건으로 지원금을 받아 단말기를 구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고가 단말과 요금제 끼워팔기가 일반화되면서 단말 가격 인상을 부채질하고, 통신비 부담을 키운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김 의원은 완전자급제 시행 시 단말 가격 경쟁이 본격화해 소비자 선택권이 넓어지고, 요금 경쟁력을 갖춘 알뜰폰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김 의원은 "2.0 법안은 유통구조 혁신을 통한 단말과 통신 서비스 경쟁 활성화가 목표"라며 "모든 통신대리점이 이통사와 계약해 법적 책임을 지게 하고, 과도한 유통망 리베이트를 규제해 모든 편익이 이용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법안 발의 시기는 미정이다.
김성태 의원실 관계자는 "제정법이다 보니 바로 발의가 어렵고, 이해 관계자 간 이슈도 첨예해 별도의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한 뒤 입법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내년 2월 상임위원회 차원의 공청회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완전자급제가 시행되면 이통사의 단말 지원금 제공을 명시한 기존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은 폐지된다. 이에 따라 단통법에 기초한 25% 요금할인(선택약정)도 사라져야 하지만 정부는 이용자 혜택을 위해 요금할인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완전자급제에 원칙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유통망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법제화보다는 기존 자급제 시장 활성화에 방점을 두고 있다.
반면 유통점들은 완전자급제 추진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통사에서 받는 판매수수료가 주 수입원인 상황에서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생존권이 위협받게 된다는 게 주된 이유다.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더라도 소비자 혜택이 당장 커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리베이트가 사라지면서 이통사를 바꿀 동인이 줄어들어 이동통신 시장의 기존 경쟁 구도가 굳어지고, 소비자 부담이 오히려 늘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제조사가 새로운 유통 채널을 만들어야 해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단말 구매와 통신 서비스 가입을 따로 해야 해 소비자 불편이 늘 수 있고, 소규모 유통점은 당장 생존을 걱정하게 될 것"이라며 "기존 시장을 뒤흔드는 제도인 만큼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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