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미 "콩쿠르는 그만…첫 음반에 저만의 기준 담았죠"
슬로박 필과 드로르자크로 데뷔앨범…9일부터 국내 투어도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콩쿠르가 남들이 세워놓은 기준에 의해 1, 2, 3등이 결정되는 것이었다면, 이번 녹음은 제가 세워놓은 기준을 따라가 보는 것이었어요. 그 과정 자체가 연주자로서 절 한 단계 더 성숙하게 만들어 준 것 같습니다."
'콩쿠르 여왕'으로 불리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30)가 슬로박(슬로바키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녹음으로 데뷔앨범을 냈다. 체코·슬로바키아 대표 작곡가인 드보르자크 작품들로만 꾸몄다.
그는 6일 서울 종로구 오디오가이 스튜디오에서 열린 음반 발매 기자 간담회에서 "음악적으로 성숙해져야 한다는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다미는 2010년 파가니니 국제 콩쿠르(1위 없는 2위), 2012년 하노버 국제 콩쿠르(1위) 등 출전한 모든 국제 콩쿠르에서 결선 진출 및 입상을 기록한 실력파 바이올리니스트.
그러나 30대를 맞이한 그는 더는 콩쿠르에 출전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의 음악적 주관을 세우고 작품을 더 깊게 들여다보는 데 집중한다. 타인의 기준과 기대치를 충족시키려 애쓰는 콩쿠르용 연주 대신 자신이 연주하고 싶은 방향을 깊이 따라가 보는 방향을 택했다는 이야기다. 이번 녹음도 그러한 과정 중 하나다.
"콩쿠르 출전 시 연주자의 인상을 강하게 남기는 게 중요하잖아요. 나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드러낼지를 고민하다 보면 악보에 쓰인 것보다 드라마틱한 연주를 할 때가 많아요. 소리가 커야 하는 부분은 악보보다 더 크게, 작은 부분은 더 작게, 빠른 부분은 더 빠르게 연주하는 식이죠. 그러나 이젠 타인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부분을 어느 정도 포기하더라도 악보에 더 충실한, 학구적인 연주를 하고 싶어요."
일례로 그는 드보르자크 바이올린 협주곡의 많은 악보 중 첫 번째 출판본을 구해 모든 악상이나 보잉(활 주법), 표현 등을 오리지널에 가깝게 구사하려 했다.
그는 "마냥 아름답고 낭만적으로만 연주하는 건 미성숙한 연주란 생각이 들었다"며 "제 기준과 욕구를 따라본 경험 자체가 제겐 특별하다"고 말했다.
드보르자크 협주곡 이외에도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로망스 바단조', '유모레스크 제7번 내림사장조' 등이 담겼다.
그에게 드보르자크는 사실 '18번' 곡목이라 볼 순 없다. 짙고 선 굵은 음색의 김다미 첫 음반으로 브람스나 베토벤 등을 예상한 음악 팬들도 있을 터다.
그 역시 "저도 드보르자크로 작업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제가 슬로박 필 내한 공연 협연자로 결정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음반 녹음까지 진행하게 됐는데 결과적으론 만족한다"고 설명했다.
그가 생각하는 드보르자크 음악의 매력은 "슬라브 특유의 민족적 선율"이다. "협주곡으로서의 화려함이 부족하다는 평도 있지만 절제된 듯 낭만적인 멜로디가 기억에 남는다"고 부연했다.
그의 드보르자크 협주곡을 실연으로도 만날 수 있다.
그는 슬로박 필(지휘 다미안 이오리오)과 함께 오는 9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의 첫 공연을 시작으로 대구, 통영 등지로 이어지는 투어를 갖는다.
김다미의 협연 무대 이후 이어지는 2부 프로그램은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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