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보에 위협"…中 정부, 개혁파 학자 미국행 막아
'개혁개방 40주년' 심포지엄 참석하려다 저지 당해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 정부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개혁파 학자의 출국을 막아 논란이 일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명보가 6일 보도했다.
이들 매체에 따르면 자유주의 성향의 민간 연구소인 톈쩌(天則)경제연구소의 성훙 소장은 미국 하버드대학 페어뱅크 중국연구센터의 초청으로 5∼8일 열리는 '중국 개혁개방 40주년' 심포지엄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출국을 위해 지난 1일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에 도착한 그는 출국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어야 했다.
성 소장은 "그들은 내게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말을 했다"며 "학술회의에 참가하는 것이 어떻게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심포지엄에 참석하려던 그의 동료 장하오도 출국을 저지당했다. 또 경제학자 장수광은 아예 비자 발급을 거부당했다.
심포지엄에 초청받은 다른 학자들은 당국 압력으로 불참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1993년 저명한 자유주의 경제학자 마오위스 등이 창립한 톈쩌경제연구소는 중국의 경제 자유화와 정치 민주화를 주장하면서 언론 자유, 법치주의 등 민감한 주제로 세미나 등을 자주 개최해 당국의 표적이 돼왔다.
지난해 1월에는 허위 정보를 게재했다는 이유로 톈쩌경제연구소 웹사이트와 소셜미디어 계정이 정부에 의해 폐쇄됐다.
최근에는 중국 정부가 이 연구소의 허가를 아예 취소할 것이라는 소문마저 돌고 있다.
하지만 성훙 소장은 이에 굴하지 않고 지난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중국 정부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을 포기하고 있으며, 이는 서방과의 충돌을 불러올 것이라고 비판하는 글을 기고했다.
일부에서는 이 글로 그가 중국 정부에 '미운털'이 박혀 출국을 금지당한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성 소장은 10년 전 미국 시카고대에서 열린 '중국 개혁개방 30주년' 워크숍에 참석했던 일을 상기하며 "당시에 나는 개혁 정책이 벌써 달성된 것처럼 느꼈는데, 지금은 먼 옛날 일처럼 여겨진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이라는 말이 함부로 쓰여서는 안 된다"며 "이번 일은 전 세계에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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