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 로맨스 사극 부활…꽃세자 가니 선녀님 강림
"다양한 배경에 스토리 변주 가능…사전제작 필수"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tvN '백일의 낭군님'을 기점으로 한동안 잠잠했던 퓨전 로맨스 사극이 다시 활기를 띠는 모양새다.
2016년 시청률 23%(이하 닐슨코리아)를 돌파하며 큰 인기를 얻은 KBS 2TV '구르미 그린 달빛' 이후 퓨전 사극의 흥행은 오랜만이다.
그 물꼬를 튼 '백일의 낭군님'은 탄탄한 스토리와 성인 동화를 보는 듯한 예쁜 영상으로 tvN의 타깃 시청자인 2049(20~49세)층을 사로잡았다.
'구르미 그린 달빛'이 효명세자가 산 조선시대 말기를 모티프로 했지만 사실 주된 줄거리에 실제 역사는 크게 상관이 없는 듯 '백일의 낭군님' 역시 왕세자 이율(도경수 분)과 홍심(남지현)의 로맨스가 핵심이었다. 동시에 궁궐 내 권력 싸움과 암투 등을 곁가지로 엮어 정치 사극의 긴장감도 갖춰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두 사람이 어릴 적 이미 인연을 맺었지만 홍심은 집안이 몰락하고, 율은 정치 싸움의 희생양으로 치명상을 본 채 기억을 잃고 송주현에서 평범한 남자(오히려 조금 모자라 보이는) 원득으로 산다. 서로 알아보지 못한 채로 나라의 명에 따라 우연처럼 결혼하게 된 둘이지만 결국 사랑하게 되고, 율이 기억을 되찾으면서 두 사람은 '진짜 부부'가 된다.
간략한 줄거리만 봐도 군더더기는 없는 구성이다. 청춘남녀의 로맨스에 누구나 호기심을 지닐 만한 궁궐 이야기, 시대극과 현대극을 막론하고 극 긴장도를 조절하는 주인공의 기억 상실과 회복 등이 탄탄하게 엮였다.
그러면서도 주된 배경을 송주현 마을로 잡아 필부필녀의 정 많고 유쾌한 삶을 담았고, 궁궐 이야기에서는 금상 위의 좌상으로 불리는 세자 장인 김차언(조성하)과 세자빈 소혜(한소희)의 날카로운 면모를 그려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꼼꼼하게 지은 이야기 집 속에 도경수, 남지현, 김선호 등도 자기 기량의 최고치를 끌어낼 수 있었다.
이 작품은 100% 사전제작이라는 이점도 십분 살려 마을의 아름다운 풍경과 청춘남녀의 예쁜 모습을 완벽하게 담아냈다.
수많은 요소가 제 몫을 다해준 덕분에 '백일의 낭군님'은 tvN 월화극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고, 역대 tvN 드라마 중에서도 4위에 올랐다. 1위는 '도깨비', 2위는 '응답하라 1988', 3위는 '미스터 션샤인' 등 대작들임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큰 프로모션이 없던 '백일의 낭군님'이 시청률 14.4%(유료가구)를 찍은 것은 대단한 성과다.
'백일의 낭군님' 배턴을 바로 이은 '계룡선녀전'은 누구나 아는 선녀와 나무꾼 설화에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많은 시청자를 홀린 '남편 찾기(고르기)'와 비슷한 포맷을 더했다. '백일의 낭군님'으로 퓨전 사극에 대한 호감이 높아진 상황인 데다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만큼 첫 방송 전부터 시청자 관심이 높았다.
역시 초반 시청률이 5%대를 기록하며 쾌조의 스타트를 했다.
'국민 엄마' 고두심과 한복 차림이라면 언제나 예쁜 문채원이 699년 동안 계룡산에서 커피를 내리며 남편을 기다리는 선녀 선옥남으로 분해 최근 드라마에서 흔히 보는 1인 2역이 아닌 2인 1역을 소화한 점이 신선했다.
남편 후보로는 정이현(윤현민)과 김금(서지훈)이 나섰는데, 성격이 극과 극이라 '응답하라' 시리즈처럼 여성 시청자 취향에 따라 응원(?)할 수 있는 구도가 갖춰졌다.
여기에 옥남의 딸 점순이(미나), 터주신 조봉대(안영미), 비둘기 구 선생(안길강), 박 신선(김민규), 오 선녀(황영희) 등 웹툰 속 톡톡 튀는 조연까지 실사화해 눈길을 끌었다.
아울러 '계룡선녀전' 역시 일부 사전제작을 선택했다. 점순이가 호랑이 또는 고양이로 변하는 모습, 고두심과 문채원이 교차하는 모습 등을 컴퓨터그래픽(CG)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사전제작이 필수였다고 제작진은 설명했다.
'계룡선녀전' 김건홍 책임프로듀서(CP)는 12일 "많은 CG 작업을 위해 사전제작이 필수적이었다. 드라마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상당 부분 사전제작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누구에게나 친숙한 설화를 바탕으로 로맨스와 삼각관계, 볼거리 많은 판타지를 고루 섞은 '계룡선녀전' 역시 '백일의 낭군님' 못지않은 성적을 낼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김 CP는 퓨전 사극의 인기에 대해서는 "과거와 현재와의 배경의 차이를 통해 시청자에게 다양한 화면을 보여주고 스토리에도 변주를 줄 수 있다는 장점, 미술적인 효과를 통해 재미를 줄 수 있는 요소가 다양하다는 장점이 있어 제작자들도 퓨전 사극을 선택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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