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불법복제 220억 부당이득…거래소시스템 오류 악용
일당 19명 적발…거래소 전송해도 투자자 계정에 '토큰' 그대로
카톡방서 범행 수법 공유해 범행 확산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가상화폐 거래소의 전산시스템 오류를 이용한 '토큰 복제'로 수백억원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토큰은 코인과 마찬가지로 가상 암호화폐다. 코인은 블록체인 네트워크 시스템인 메인넷을 자체 구축해 독자적인 생태계를 가지며,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격이 높은 가상화폐가 이에 해당한다. 반면 토큰은 이더리움 등 다른 플랫폼을 기반으로 파생돼 만들어진 가상화폐로 코인과 비교하면 가격이 낮은 편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상 컴퓨터 등 사용 사기 혐의로 A(28)씨를 구속하고, B(34)씨 등 1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6일 밝혔다.
A씨 등은 지난 5월 21~23일 국내 가상화폐 개발 회사에서 발행한 토큰을 홍콩의 거래소로 813회 전송해 227억원 상당의 부정 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자신들의 계정 지갑에서 홍콩의 한 가상화폐 거래소로 토큰을 전송할 때 토큰이 복제되는 시스템상 허점을 이용해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상 거래의 경우 홍콩 거래소에 토큰 50개가 전송되면 홍콩 거래소 계정 지갑에 50개의 토큰이 쌓이고, 기존 사용자의 계정 지갑에 있던 50개의 토큰이 줄어들어야 한다.
하지만 거래소의 전산시스템 오류로 토큰이 전송인 된 이후에도 기존 토큰이 그대로 남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가상화폐 투자자인 A씨 등은 가상화폐 정보를 공유하는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국내 가상화폐 개발 회사에서 발행한 토큰의 수익성이 높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원칙적으로 토큰 상장 후 3개월간 토큰 판매가 금지되지만, 채팅방에 있던 B씨는 시험 삼아 홍콩 거래소의 전자지갑으로 해당 토큰을 전송했다. 그 결과 아무런 제약 없이 전송되면서 기존 토큰이 줄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B씨는 이러한 사실을 카카오톡 단체방에 공유했고, A씨 등이 같은 수법으로 토큰을 전송했다.
이들은 상장 후 3개월간 거래가 금지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토큰 전송 때 에러 메시지가 나왔지만, 반복적으로 홍콩 거래소에 토큰을 전송했다.
특히 A씨는 가족·지인 등 52개 계정으로 186회에 걸쳐 149억원 상당의 토큰을 전송했고, 28억원 상당의 토큰은 비트코인 등 다른 가상화폐로 교환까지 했다. A씨는 18억원을 현금화하고, 차명계좌를 통해 자금을 은닉하기도 했다.
A씨 등이 거래소 내 토큰을 현금화하거나 다른 암호화폐로 교환한 금액은 48억원, 다른 거래소에서 거래나 현금화한 금액은 26억원에 달했다.
토큰 개발 업체는 5월 23일 시스템 오류를 인식해 계좌를 동결했지만, 홍콩 거래소에 전송된 토큰인 이미 현금화되거나 다른 암호화폐로 교환되면서 피해 토큰을 회수하지 못했다.
이들이 복제된 토큰을 시장에 한꺼번에 쏟아내 토큰 가격이 내려가면서 개발 업체도 큰 손해를 입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최초 상장 당시 토큰은 17원이었지만, 현재 4원이다.
경찰 관계자는 "가상화폐 거래가 주로 젊은 층에서 거래되고, 컴퓨터상에서 이뤄지면서 죄의식 없이 범행이 이뤄진다"며 "피해 금액이 많으면 가중처벌도 되기 때문에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이득을 취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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