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 폭등에 약도 못 먹는데…美추가 제재에 떠는 이란인들

입력 2018-11-06 10:26
값 폭등에 약도 못 먹는데…美추가 제재에 떠는 이란인들

고공행진 물가 속 망연자실…정부는 "경제 전쟁 중" 강조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달러 가치가 오르면서 약값이 80%까지 올랐다. 2개월 동안 약을 못 먹고 있다."(이란 시민 아미디)

"우리는 경제 전쟁을 치르고 있다. 우리를 괴롭히는 적에 대항할 것이다."(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이란의 원유 수출을 제한하는 미국의 2단계 경제·금융 제재가 5일(현지시간) 발효하면서 이란인들은 이미 고공행진 중인 물가로 악전고투하는 상황에서 더 많은 고난이 닥칠 것이라는 두려움에 휩싸여 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이날 이란 수도 테헤란의 약국을 찾은 이들은 약값이 이미 손에 넣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하소연했다.

당뇨병을 앓는 엄마의 약을 사려는 마나예흐 코라미는 이란제 약품값이 지난 여름 이후 3배로 올랐다며 외국제는 더는 이용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코라미는 "현 상황보다 더 나빠질 수 있을까요"라고 묻고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다"라고 두려움을 털어놓았다.

자신은 정신질환을, 아들은 암을 앓고 있다는 아미디도 "약값이 80%까지 올랐다. 내 약을 더는 살 수도 없어 2개월 동안 약을 먹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란 리알화 가치는 1년 전 달러 당 4만500 리알 선에서 현재는 15만 리알에서 거래되고 있다. 1년 새 3분의 1 수준으로 가치가 폭락했고, 물가는 급등세다.

그러나 앞으로가 더 문제다. 이란의 주요 외화 수입원인 석유산업과 함께 금융분야를 표적으로 한 제재가 새로 발효되면서 의류와 교통비에서부터 식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의 사정을 더 악화시킬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테헤란 상업지구에서 지갑 가게를 운영하는 호세인 아흐마디는 "여기 가게들을 하나하나 살펴봐라. 손님들이 없다"며 "사람들은 제재 공포 때문에 만일에 대비해 돈을 쓰지 않고 있지만, 임대료는 오르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말 이란에서는 경제적 혼란이 심해지면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이로 인해 거의 5천 명이 체포됐고 최소 25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에서 시위는 드문 일이지만 많은 이란인은 부패 문제에, 그리고 비용이 많이 드는 정부의 시리아와 이라크 문제 개입에 불만을 품고 있다.

스카프 판매상인 모하마드 가세미는 "정부는 부자고, 해외에 석유를 팔지만 일반 시민들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며 "그들은 우리 마음의 상처를 조금도 치유하지 못하는 곳에 돈을 낭비하고 있다"라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미국의 고강도 재재 복원에 맞서 이란 정부는 위기 상황임을 강조하며 주민 달래기에 나섰다.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우리는 지금 다른 나라를 괴롭히는 강대국을 상대로 경제 전쟁을 치르고 있다"며 "과거 우리가 사담 후세인(이라크 전 대통령)에 대적했듯, 오늘은 우리 앞을 막아선 트럼프에도 맞서 이겨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란 국영 방송은 이날 북부 지역에서 진행 중인 방공 훈련 모습을 방영했으며 여기에는 드론(무인기)을 격추한 군인들이 환호하는 모습도 담겨 있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중동 전역에 걸쳐 폭력적이고 불안을 초래하는 활동을 지원하는 데 쓰는 이란 정권의 재원을 고갈시키는 것"이라며 "이란 정권은 불법적인 행보로부터 180도 전환해 정상국가처럼 행동하든지 아니면 경제가 무너지는 것을 보든지 선택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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