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 노규엽 감독 "영화 자체로 대중과 소통하고 싶다"

입력 2018-11-05 23:12
'출국' 노규엽 감독 "영화 자체로 대중과 소통하고 싶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개봉을 앞둔 영화 '출국'의 노규엽 감독이 앞서 제기된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논란에 대한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노 감독은 5일 오후 서울 잠실 롯데시네마 월드타워관에서 가진 '출국' 시사회에서 "제 첫 영화인데 설렘 반 걱정 반으로 나온 것 같다"면서 "작년에 영화 '출국'에 관한 이런저런 기사가 나왔는데 몇몇 기사는 사실이지만 많은 기사가 합리적 의심이라는 명분으로 쓰인 전혀 근거가 없고 사실이 아닌 기사가 많았다"고 밝혔다.

이어 "촬영을 마치고 후반 작업 중이었는데 어떤 날은 마음이 아팠고 어떤 날은 기운이 너무 없었고 손 하나 까딱하기 싫은 날이 부지기수였다"며 "그럴 때마다 이 영화에 참여한 수백명의 스태프분과 배우분의 노력에 대한 보상은 지켜져야 하며 노력은 존중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고 하루빨리 이 영화를 세상 밖으로 내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이를 악물며 여기까지 왔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제 영화가 세상으로 나왔으니 영화를 영화로 봐줬으면 좋겠고, 영화 자체로 대중과 소통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출국'은 1985년 독일에서 유학하던 중 북한 공작원에 포섭돼 가족과 함께 월북했다가 이듬해 아내와 두 딸은 북에 남겨놓고 탈출해 귀순한 오길남 박사의 책 '잃어버린 딸들 오 혜원 규원'을 모티브로 한 영화다.

오 박사는 베를린에서 활동한 세계적 음악가인 윤이상(1917∼1995)으로부터 월북 권유를 받았다고 주장해 논란에 휩싸였다.

영화 '출국'은 박근혜 정부 시절 제작 지원에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화이트리스트' 논란에 휘말렸으며, 원래 '사선에서'라는 제목으로 지난해 개봉 예정이었다가 늦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노 감독은 "주인공인 오영민(이범수 분)이라는 캐릭터에 영감을 준 오길남 박사라는 실존 인물이 있고, 그분(오길남)이 탈출하는 것까지는 모티브를 얻었기 때문에 원작을 크레딧에 기입했다"며 "하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아니라 제가 창작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어 "6년 정도 전 경제학 박사의 비극적인 탈출 사건을 접하게 됐고 그 사건 접할 때쯤 1970~80년 아날로그 정서의 첩보물에 빠져 있었는데, 최첨단 디지털 장비와 스마트폰이 없는 시대의 첩보물 위에 가족을 잃은 아버지의 드라마를 얹으면 차갑게 움직이는 스파이의 세계와 뜨겁게 움직이는 한 남자의 세상이 충돌하면서 뭔가 새로운 구조의 새로운 이야기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시작됐던 거 같다"고 덧붙였다.

노 감독은 "체제에 치인 거대한 굴레 속에 함몰된 한 개인의 삶에 집중해보자. 그게 저는 영화적이라고 생각했었다"고 밝혔다.



극 중 주인공에게 월북을 권유하는 의사 강문환(전무송 분)에 대해선 "오영민이라는 대단한 지식인의 대척점에 있는 안타고니스트가 필요해 순수하게 창조해낸 인물"이라며 "오 박사와 윤이상 선생 사이의 진실 공방은 두 사람만이 아는 것이고 진실이 드러나지 않는 상황에서 그 인물(윤이상)을 다룰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노 감독은 영화 '우아한 세계'(2007년) 연출부, '미인도'(2008년) 조감독을 맡았으며 '출국'이 첫 장편영화다.

'출국'은 1986년 베를린에서 유학 중이던 평범한 경제학자가 월북을 선택했다가 탈출하던 중 북측에 억류당하게 된 가족을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그린다. 14일 개봉 예정. 15세 이상 관람가.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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