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 암각화, 사연댐 수위 조절안으로 보존 추진

입력 2018-11-05 22:26
수정 2018-11-06 08:43
반구대 암각화, 사연댐 수위 조절안으로 보존 추진

중앙정부·지자체 합의…낙동강 수계 관리해 울산에 식수 공급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설승은 기자 = 정부가 수십 년간 물속에 잠겼다가 노출되기를 반복하면서 서서히 훼손된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 보존을 위해 암각화 앞을 흐르는 대곡천과 사연댐 수위 조절 방안을 추진한다.

이와 함께 울산시가 반구대 암각화 수위 조절안의 선결 과제로 주장해 온 맑은 물 공급을 위한 용역도 착수한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이 대구 취수원 이전과 관련해 지난달 18일 비공개회의를 했는지 묻자 "운문댐 물이 울산에 공급되면 울산은 반구대 암각화 주변 수위를 낮추는 데 합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회의에 대구시장, 경북도지사, 울산시장, 구미시장, 국무조정실장, 환경부 차관, 문화재청장이 자리했다"며 합의 사항을 설명했다.

합의안은 구미, 대구, 울산, 부산을 포함한 낙동강 수계 지자체가 물관리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방안과 구미 산업폐기물에 무방류 시스템을 도입하는 계획에 대해 각각 용역을 추진하는 것이 골자다.

용역 결과에서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 나오면 바로 착공해 청도 운문댐 물을 대구와 울산이 일정 비율에 따라 나누기로 했다.

이 총리는 "환경부 계산으로는 2개 용역을 맡기는 데 28억원이 들어간다고 한다"며 "오랜 세월 끌었던 문제를 관계 지자체장이 흔쾌한 마음으로 동의해줬는데, 성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로써 반구대 암각화와 주변 환경 보존을 중시한 문화재청과 식수 문제 해결을 강조한 울산시가 팽팽하게 대립한 반구대 암각화 보존 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반구대 암각화는 선사시대 사람들이 고래, 거북, 사슴을 비롯한 다양한 동물과 수렵·어로 모습을 너비 10m, 높이 4m의 널따란 바위에 새긴 그림으로, 당시 생활상이 생생하게 표현된 귀중한 사료로 평가된다.

그러나 1965년 대곡천 하류에 사연댐이 건설되면서 댐 수위에 따라 잠수와 노출을 반복했다. 그나마 2005년 상류에 또 다른 댐인 대곡댐이 지어지면서 수몰 기간과 빈도는 줄어들었으나, 큰비가 오면 암각화가 물에 잠기는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이에 울산시는 암각화 앞에 거대한 둑인 생태제방을 축조하는 안을 여러 차례 추진했으나, 문화재위원회에서 거듭 부결됐다.

지난 정부에서는 설치와 해체가 가능한 길이 55m, 너비 16∼18m, 높이 16m의 거대한 옹벽인 가변형 임시 물막이(카이네틱 댐)를 세우는 방안을 시도했으나, 초기 단계에서 기술적 결함이 드러나 실패했다.

이번에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합의한 방안은 암각화 앞에 대규모 토목공사를 허용하기 어렵다는 문화재청 의견에 가깝다고 할 수 있으나, 울산시와 주변 지자체가 두루 만족할 만한 용역 결과가 나올지는 알 수 없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수위 조절안은 반구대 암각화를 지키는 데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며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보존 방법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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