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 쿠바지도자 北 의전, 문대통령 평양 방문 때와 '판박이'
부부영접·의장대사열·연도 환영경로·카퍼레이드 방식 같아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방북한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에 대한 북한 의전은 지난 9월 평양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공했던 것과 판에 박은 듯이 비슷했다.
이는 북한 조선중앙TV가 5일 공개한 영상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이 방송은 전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리설주 여사가 평양국제비행장(순안공항)에서 디아스카넬 의장과 부인 리스 쿠에스타 여사를 영접하는 장면을 비롯한 총 19분여 분량의 영상을 녹화 방송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연 것은 지난 9월 평양 문 대통령과의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디아스카넬 의장이 두 번째였다. 김 위원장 부부가 공항에 영접을 나온 것도 두 번째다.
순안공항에 나온 김 위원장 부부는 문 대통령 내외의 평양 방문 때와 마찬가지로 환한 미소와 포옹으로 디아스카넬 의장 부부를 반겼다. 의장 행사에서는 국가원수 예우의 의미가 담긴 예포 21발을 발사한 것도 같다.
공항에 운집한 평양시민들이 꽃술과 쿠바 국기, 인공기를 흔들며 환호하는 가운데 디아스카넬 의장이 북한군 의장대를 사열하는 장면도 지난 9월 평양 순안공항에서의 문 대통령을 연상시켰다.
디아스카넬 의장 부부가 순안공항에서 리무진에 올라 연못동-전승동 영생탑-여명거리-금수산태양궁전을 거쳐 숙소인 백화원영빈관에 도착한 경로도 같았다.
연못동 앞에서 디아스카넬 의장이 리무진에서 나와 한복을 입은 젊은 여성으로부터 꽃다발을 건네받은 것도 문 대통령 방문 때와 동일했다.
이곳에서 무개차에 오른 디아스카넬 의장과 김 위원장은 19대의 오토바이 호위 속에 연도에서 수많은 평양시민의 환호를 받으며 카퍼레이드를 벌였다.
무개차에서 김 위원장은 지난 9월 문 대통령을 배려했던 것처럼 디아스카넬 의장에게 운전석과 대각선 방향인 '상석'을 내줬다.
무개차가 백화원영빈관에 도착할 무렵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백화원 정문 앞에서 기다리는 모습도 포착됐다.
디아스카넬 부부가 백화원영빈관 내부로 들어오자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기다리던 여종업원 2명이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부부에게 꽃다발을 건넸다.
김 위원장 부부가 디아스카넬 부부가 묵을 방까지 직접 안내하고, 두 정상 부부가 방안에서 웃으면서 환담하는 장면도 지난 9월 백화원영빈관 숙소에서 남북 정상 부부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이날 중앙TV는 김 위원장과 디아스카넬 부부가 함께 공연을 관람하는 영상도 방영했다.
문 대통령 내외도 9월 평양에 도착한 첫날 백화원영빈관에 여장을 푼 뒤 평양대극장에서 김 위원장 부부와 함께 삼지연관현악단의 공연을 관람했다.
당시 김 위원장 부부는 10분 먼저 도착해 문 대통령 내외를 기다렸는데, 이번에도 디아스카넬 부부보다 먼저 공연장에 도착해 기다리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특히 공연 도중 무대 배경 화면에는 평양을 방문했던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각각 인사를 나누는 모습과 디아스카넬 의장이 김정은 위원장과 포옹하는 장면의 영상이 등장했다.
이는 문 대통령 내외가 김 위원장 부부와 평양 방문 첫날 관람한 공연 무대 배경화면에 영상으로 4·27 판문점선언 뒤 양 정상이 손을 맞잡는 장면과 당시 작성한 방명록이 등장했던 장면을 연상케 했다.
[로이터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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