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외국인 무료법률상담 앞장 옌볜 동포 전령현 제주대 교수

입력 2018-11-06 09:00
[사람들] 외국인 무료법률상담 앞장 옌볜 동포 전령현 제주대 교수

"외국인이 두려움 없이 상담받을 수 있도록 제주서부터 시작해야"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언어가 통하지 않는 외국인에게 모든 게 다 벽일 수 있어요. 하물며 '법(法)'은 더더욱 모르죠."



중국 변호사이자 옌볜(延邊) 출신 동포이기도 한 전령현(32)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27일 제주대 아라컨벤션홀 대강당에서 제주에 거주하는 중국인을 대상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제주 공동체 - 제주지역 중국인을 위한 무료 법률 교육 및 상담' 행사를 열었다.

'국제화에 발맞춰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을 대상으로도 법률 교육과 상담을 해보자'고 한 전 교수의 제안이 실행으로 옮겨진 것이다.

인권 증진 차원에서 제주지역 외국인을 대상으로 법률 무료 상담이 이뤄진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전 교수는 지난 5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모두가 함께 사는 지구촌 시대 외국인 무료 법률 상담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전 교수는 "외국인은 한국의 문화와 법을 잘 모른다. 지킨다고 하지만 한국의 법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알지 못한다"며 "본의 아니게 법을 어기는 경우도 있고, 피해를 보더라도 누구를 찾아가야 할지 막막할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변호사를 찾아가려면 비용이 걱정되기도 하고, 일단 의사소통이 잘 안 되기 때문이다.

그는 "그래서 시작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제주에 48개 국가에서 온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는데, 첫 시작은 그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중국인을 대상으로 했지만, 앞으로 점차 범위를 넓혀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잠시 외국인을 대상으로 법률 상담 활동을 하던 옛 경험을 더듬어 보며 "일을 하고도 돈을 받지 못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사례가 많았다"고 했다.

밀입국한 외국인의 경우 자신의 처지 때문에 상담조차 하러 오지 못하지만, 합법적으로 한국에 와 일을 하고도 임금을 받지 못하기도 한다.

어떤 경우는 브로커를 통해 합법적으로 한국에 왔다고 생각했는데, 도착해보니 불법체류자 신분이 된 황당한 경우도 있는 등 사람마다 사정은 제각각이었다.

전 교수는 "중국 옌볜 사람들만 하더라도 일단 동포라는 이유만으로, 한국에 가면 다 잘 받아줄 것으로 생각해 1순위로 한국을 선택하지만, 현실은 다르다"며 "불이익을 당하는 외국인들은 어찌 보면 사회적 약자다. 그들이 두려워하지 않고 상담할 수 있는 분위기가 제주에서부터 시작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최근 제주에서 이슈가 된 예멘인 난민 인정 문제와 복잡한 한중 관계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는 "예멘인을 난민으로 인정해야 하느냐의 여부에 대해 뭐라 말 할 입장은 아니라면서도 일단 제주에 남아서 생활하는 예멘인에게 법률 상담과 일자리, 언어 교육을 통해 생활할 수 있도록 품어줘야만 더불어 살아가는 제주공동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몇년 사이 제주에서 일어난 중국인 범죄와 중국인 투자 등으로 인한 난개발 등에 대해선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옌볜에서 자라난 동포로서 '조선'에 대한 '민족심'이 있고, 또 조국인 중국에 대한 '애국심'도 있다"며 "오해가 있는 부분이 있다면 풀어야 할 것이고 저는 제 자리에서 중국과 한국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b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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