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하천 만든다며 물 빼버려"…부산 동천 물고기 떼죽음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부산시가 도심하천을 생태하천으로 바꾸기 위해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물고기가 떼죽음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5일 부산 동구 동천 주변 주민과 부산시에 따르면 동천 범일교부터 광무교 사이 1.6㎞ 구간에 나흘 전부터 수천 마리의 물고기가 떼죽음 당한 채 발견됐다.
작업복을 입은 근로자가 물웅덩이 곳곳에 배를 뒤집고 떠 있는 물고기를 건져내는 작업을 며칠간 벌이고 있다.
한 주민은 "부산시가 하천에 공사한다면서 물을 다 빼버려서 생물들이(물고기) 떼죽음을 당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부산시는 현재 이곳에서 '해수 도수관 매립 공사'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물이 흐르지 않아 오염이 심한 동천에 바닷물을 끌어와 방류해 물이 흐를 수 있도록 하는 공사다.
2009년 해수 도수관을 한차례 매립해 일부 수질개선 효과를 거뒀지만, 당시 매립한 도수관 지름이 600㎜로 작아 기대한 만큼의 효과가 나오지 않자 기존보다 다섯 배 크기의 해수 도수관 매립 공사를 하고 있다.
시는 공사를 위해 기존 동천으로 들어오는 바닷물 유입로를 차단하고 물을 빼는 과정에서 물고기 폐사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부산시는 "민물과 바닷물을 오가는 숭어 등이 하천에 있었는데 물길을 막고 강물을 빼내는 과정에서 떼죽음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공정상 물고기가 살 수 있게 물길을 트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동천이 생태성을 회복하기 위해 불가피한 과정이니 양해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는 부산시가 적극적으로 대처했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지적한다.
강호열 부산하천살리기시민운동본부 사무처장은 "상당한 기간 해수 유입로에 그물을 쳐서 물고기가 덜 유입되게 한다든지, 동천의 물고기 개체 수 파악이나 생태계 조사를 해 대비책을 세웠으면 수천 마리 폐사까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이런 과정을 생략하고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는 바람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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