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권 "PO 1차전 끝내기 홈런 후 부진…후배 덕에 또 KS를"(종합)
PO 1차전 끝내기 홈런 뒤 무안타 침묵…KS 1차전에서 다시 결승포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2018년 가을, 박정권(37·SK 와이번스)의 배트에 다시 불이 붙었다.
박정권은 4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8 한국시리즈(KS) 1차전 2-3으로 뒤진 6회초 1사 2루, 두산 베어스 1선발이자 2018년 KBO리그 평균자책점 1위 조쉬 린드블럼의 시속 144㎞짜리 직구를 받아쳐 오른쪽 담을 넘어가는 역전 투런 아치를 그렸다.
SK는 7-3,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결승타의 주인공은 박정권이었다.
박정권은 6-3으로 앞선 9회초 1사 1, 3루에서 중견수 희생 플라이로 타점을 추가했다. KS 1차전 그의 성적은 3타수 1안타 3타점이다.
플레이오프(PO)에 1차전에서 한 차례 불이 붙은 뒤, 차갑게 식었던 박정권의 배트에서 홈런과 타점이 나와 의미가 크다.
박정권은 KS 1차전 데일리 최우수선수(MVP)에 뽑혀 상금 100만원도 챙겼다.
박정권은 10월 27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치른 넥센 히어로즈와의 PO 1차전 9회말 1사 1루에서 끝내기 중월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올 시즌 처음으로 박정권의 이름이 크게 울려 퍼진 순간이다.
동시에 과거의 기억까지 떠올랐다.
박정권은 KBO 역대 최고의 '가을 사나이'로 꼽힌다. 정규리그에서 부진하다가도 가을 무대가 시작되면 무섭게 안타를 쏟아냈다.
박정권은 SK의 최근 마지막 우승이었던 2010년 KS에서 4경기 타율 0.357, 1홈런, 6타점으로 시리즈 MVP에 올랐다. 2009년 PO, 2011년 PO의 MVP도 박정권이었다.
올해 박정권은 2군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1군 경기에는 14차례만 나와 29타수 5안타(타율 0.172)에 그쳤다.
하지만 SK는 박정권의 '경험'을 믿고 PO 엔트리에 그의 이름을 넣었다.
박정권은 PO 1차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치며, 신뢰에 화답했다.
그러나 PO 2∼5차전에서는 7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1차전 끝내기 홈런 이후에는 타점도 나오지 않았다.
박정권은 KS 1차전이 끝난 뒤 "PO에서 끝내기 홈런 후 너무 공이 안 맞아서 스트레스를 받았다. '하나 치고 끝나는 건 아닌가'라는 걱정도 했다"며 "그래도 부담감을 내려놓으니까, 마음이 조금은 편해지더라"라고 말했다.
SK는 박정권의 부진에도 PO에서 넥센을 3승 2패로 눌렀다.
박정권은 "내가 못한 걸 후배들이 해냈다. 후배들 덕에 또 KS에 오게 됐다"며 "KS는 또 다른 시리즈의 시작이니까, 마음을 다시 잡기 편했다"고 했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PO에서 부진했던 박정권을 KS 1차전에 4번 지명타자로 기용했다.
박정권은 올해 한 번도 린드블럼과 상대하지 못했지만, 개인 통산 맞대결에서 린드블럼에 26타수 9안타(타율 0.346), 3홈런, 4타점을 올렸다.
'박정권 카드'는 적중했다. 박정권의 가을 배트 안에 불씨는 남아 있었고, KS 1차전에서 다시 타올랐다.
박정권은 팀에서 가을 무대 경험이 가장 많다. 한 살 어린 '후배' 박재상 코치가 1루 베이스 코치를 맡고, 동갑내기 친구 조동화 코치는 팀을 위해 전력분석을 했다.
박정권은 "박재상 코치와는 과거 얘기도 하며 자주 웃는다. 조동화 코치와도 자주 통화한다. 두 코치께 도움을 많이 받는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과 싸움은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다.
박정권은 "나이만 많다고 고참이 아니다. 야구장에서 뭐라도 해야 한다"며 "잘 안 풀릴 때는 욕심이 생긴다. 나는 매일 '욕심부리면 안 돼'라고 말하며 나 자신과 싸운다"고 했다.
KS 1차전에서는 박정권이 자신과 싸움에서 이겼다. 그리고 SK가 먼저 1승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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