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 3년 뒤 갑자기 무효 소송…법원 "소송 허용될 수 없다"

입력 2018-11-04 08:13
해고 3년 뒤 갑자기 무효 소송…법원 "소송 허용될 수 없다"

法 "해고 다투지 않겠다는 신뢰 형성…소송 제기는 신의성실 원칙 위배"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해고된 후 별다른 이의제기를 하지 않다가 3년이나 지나 소송을 제기한 건 신의성실 원칙에 반해 허용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8부(오상용 부장판사)는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해고 무효 확인 소송을 최근 각하했다.

각하는 소송이 적법하게 제기되지 않았거나 청구 내용이 법원의 판단 대상이 되지 않는 경우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결정이다.

A씨는 2009년 해외 총영사관에 차량 운전·관리를 담당하는 행정직원으로 채용됐다. 그 뒤 2013년까지 매년 행정직원들 가운데서 최하위권의 근무 평정을 받았다.

총영사관 행정직원 인사위원회는 2014년 1월 업무능력 부족과 저조한 근무 평정 등을 이유로 A씨를 해고하기로 의결했다.

A씨는 해고 통보 직후 이의 신청서를 내면서 '이의 이유와 답변서는 추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해고가 이뤄진 3월 중순까지 추가적인 이의신청서를 내지 않았다.

A씨는 총영사관을 나간 뒤 다른 회사에서 일하다 약 3년이 지난 작년 4월 국가를 상대로 해고 무효 소송을 냈다.

법원은 그러나 '해고 후 구제신청을 하는 식으로 다툼 없이 다른 생업에 종사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고 효력을 인정했다고 봐야 한다'는 대법 판례에 따라 A씨의 청구가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총영사관에 구체적인 이의 사유를 제출하지 않았고, 소송 제기 전까지도 피고 측에 해고 효력을 다투는 취지의 연락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A씨는 해고 후 변호사를 통해 현지 법무부에 고소장을 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현지 법무부에서 관할권 문제 등을 제기하며 총영사관에 별다른 연락을 취하지 않은 만큼 이의제기 효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런 사정들을 보면 피고 입장에선 원고가 근로관계 종료에 대해 더는 다투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형성됐다고 봐야 한다"며 "원고의 소송 제기는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실효 원칙에 위배돼 허용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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