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왕세자, 美 복음주의 기독교 대표단 이례적 접견
"대표단에 이스라엘 지지 인사도 포함"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1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온 복음주의 기독교 단체에서 온 대표단을 리야드의 왕궁에서 접견했다고 사우디 외무부가 2일 발표했다.
보수적 이슬람 국가인 사우디에 서방의 기독교 인사들이 공식 방문한 것도 드문 일이지만, 왕실의 핵심 실세인 왕세자와 만난 것 역시 이례적이다.
로이터 통신은 이들 대표단 중 마이크 에번스 예루살렘기도팀 창립자 등 일부 인사가 이스라엘과 시온주의를 지지하는 성향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고 보도했다.
종교, 혈통이 같은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사우디 등 아랍 이슬람권은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 이란에 맞서기 위해 사우디와 이스라엘이 오래된 '중동의 금기'를 깨고 접촉면을 넓히는 움직임이 감지됐다.
공교롭게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1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미 백악관의 고위 인사들에게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사건으로 곤경에 처한 무함마드 왕세자를 계속 지지해야 한다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네타냐후 총리는 무함마드 왕세자를 '전략적 협력자'라고 지칭했다"며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을 통해 비슷한 메시지가 (이스라엘에서) 백악관으로 전달됐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1일 "네타냐후 총리가 지난달 25∼26일 이스라엘 총리로서는 22년만에 오만을 방문했을 때 그의 전용기가 사우디 영공을 통과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을 공식적으로 적대하고, 국교가 수립되지 않은 사우디는 이스라엘을 오가는 직항편이 자국 영공을 통과하지 못하도록 했으나 올해 3월 인도 항공사의 이스라엘행 직항 여객기에 이를 처음으로 허용했다.
미국 복음주의 기독교 대표단은 1일 낸 성명에서 "복음주의 기독교 지도자들을 열린 마음으로 환영한 사우디 왕세자와 만남은 역사적 순간이었다"며 2시간 동안 무함마드 왕세자와 얘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이 대표단은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장관, 리야드에 머무는 칼르디 빈살만 주미 대사도 만났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이슬람이 배타적이라는 인상을 벗고 자신을 유연하고 개혁적인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부각하려고 3월 미국을 방문했을 때도 유대인 단체를 만나는 등 다른 종교와 만남을 늘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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