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 찜찜하지만…원아모집철 워킹맘들 '마음고생'

입력 2018-11-04 06:35
수정 2018-11-04 13:51
사립유치원 찜찜하지만…원아모집철 워킹맘들 '마음고생'

"국공립, 경쟁 치열한데다 긴 방학에 하원도 빨라…돌봄정책 개선 절실"



(세종=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유치원 원아 모집 철이 되면서 워킹맘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회계 비리가 불거지면서 학부모들 사이에서 사립유치원에 대한 반감이 커졌지만, 국공립유치원은 여전히 경쟁률이 높고 하원 시간이 일러 '그림의 떡'이기 때문이다.

4일 교육부와 교육계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온라인 유치원 원아 모집 시스템 '처음학교로'를 통한 2019학년도 원아 모집이 시작됐다.

이달 6일까지는 특수교육대상자와 저소득층, 국가보훈대상자, 북한 이탈 주민 가정 유아를 위한 '우선모집' 접수를 하고, 이달 21일부터는 '일반모집' 접수를 한다.

일반모집을 앞둔 학부모들은 심란한 모습이다.

회계 비리 사태로 사립유치원에 대한 불신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다.

기간제 교사로 일하는 이모(35)씨는 "집 건너편 아파트 단지에 사립유치원이 있는데 이번에 발표된 감사 결과에 이름이 오른 곳"이라며 "공개된 내용을 보면 큰 비리라는 생각은 안 들지만, 지적사항이 한두 개가 아닌 데다 왠지 내 아이를 '돈 봉투'로 생각할 것 같아서 지원하기 껄끄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씨는 다른 유치원의 경우 거리가 너무 멀어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렇다고 워킹맘으로서 국공립유치원으로 눈을 돌리기도 쉽지 않다.

주로 초등학교의 남는 교실을 이용하는 공립 병설 유치원의 경우 도심지역은 경쟁률이 높고 방학도 길다.

직장인 정모(35)씨는 "조카를 병설 유치원에 보내는 언니 이야기를 들어보니 방학이 한 달이 넘고 평일 방과 후 추첨에서 떨어지면 애가 2시쯤 집에 온다고 한다"며 "맞벌이 부부는 방과 후 수업을 들을 수 있지만 유치원 행사가 거의 평일 오전이고 면담도 저녁에 할 수 없어서 워킹맘한테는 안 맞는 구조"라고 말했다.

정부가 국공립유치원을 대폭 늘려 취원율을 40%까지 높이겠다고 했지만, 워킹맘의 한숨이 여전히 깊은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결국 사립유치원 회계 비리로 불거진 유아교육 문제의 여파는 다시 '돌봄 문제' 쪽으로 쏠리는 상황이다.

정부는 2022년까지 지역사회와 초등학교 돌봄서비스 수용인원을 올해보다 20만명 더 늘릴 계획이지만 정책은 초등학교 저학년 아동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맞벌이 부부와 저소득층을 위해 오후 10시까지 운영하는 유치원 온종일 돌봄교실도 늘릴 계획이지만 광역자치단체별로 많아야 연 30개 안팎만 운영하고 있어 수요를 맞추기에는 역부족이다.

두 아이를 사립유치원에 보내는 학부모 서모(39)씨는 "단순히 국공립유치원을 늘리기보다는 가정 상황과 형편에 따라 사립이든 국공립이든 학부모가 아이를 마음 놓고 맡길 환경을 만드는 게 먼저다"라고 지적했다.

cin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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