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에 "관계개선-제재 상극" 재차 강조…병진노선 부활 압박

입력 2018-11-02 21:05
수정 2018-11-02 21:20
北, 美에 "관계개선-제재 상극" 재차 강조…병진노선 부활 압박

폼페이오 선(先)검증 발언 하루만…고위급회담 전 기 싸움 가열

협상국면 의식한 듯 '개인 논평'으로 수위조절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북한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선(先) 검증 후(後) 제재해제' 발언이 나온 지 하루만인 2일 "관계개선과 제재는 양립될 수 없는 상극"이라고 재차 주장하고 나섰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외무성 미국연구소의 권정근 소장이 '언제면 어리석은 과욕과 망상에서 깨어나겠는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발표해 이같이 밝혔다고 보도했다.

권 소장은 논평에서 미국이 "시간은 쉼 없이 흘러가는데 '선 비핵화, 후 제재완화'라는 외마디 말만 되풀이하면서 바위 짬에라도 끼운 듯 대조선 압박의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주동적이고 선의적인 조치로서 미국에 과분할 정도로 줄 것은 다 준 조건에서 이제는 미국이 상응한 화답을 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산을 옮기면 옮겼지 우리의 움직임은 1㎜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많은 시간을 인내심을 갖고 참고 기다렸지만, 우리만 변했을 뿐 우리의 주변환경은 하나도 변한 것이 없다"며 "과도한 욕심과 편견된 시각에서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야만 미국은 자신도 해치고 세상도 망쳐놓는 참담한 미래와 만나지 않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논평은 특히 "만약 미국이 우리의 거듭되는 요구를 제대로 가려듣지 못하고 그 어떤 태도 변화도 보이지 않은 채 오만하게 행동한다면 지난 4월 우리 국가가 채택한 경제건설총집중노선에 다른 한 가지가 더 추가돼 '병진'이라는 말이 다시 태어날 수도 있으며 이러한 노선의 변화가 심중하게 재고려될 수도 있다"고 압박했다.

'병진'은 북한이 핵과 경제를 동시 발전시키겠다며 사실상 핵 개발에 집중해 온 국가 노선을 의미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4월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해 핵 병진 노선을 포기하는 대신 경제성장을 위한 노선을 제시했다.

이날 논평은 내주 고위급회담을 앞두고 핵심 쟁점인 '제재'와 '검증' 문제를 둘러싼 북미 간 치열해진 기 싸움의 연장 선상으로 풀이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1일(현지시간) 라디오 방송 '라스 라슨쇼'에 나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은 분명하다"며 "대북 경제제재는 그들(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제거했다는 점을 우리가 검증을 통해 확인할 능력을 얻을 때까지는 해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보다 앞서 1일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은 강원도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적대세력들이 우리 인민의 복리 증진과 발전을 가로막고 우리를 변화시키고 굴복시켜 보려고 악랄한 제재 책동에만 어리석게 광분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북한이 이번 논평을 외무성이나 기타 국가기구의 공식 성명이나 담화가 아닌 연구소장 개인 명의로 낸 것은 협상의 큰 틀을 깨지 않기 위해 형식 면에서 수위조절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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