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온 문자에 계좌번호 보내 횡재했다면…돈 돌려줘야 할까
안 돌려주거나 마음대로 써버리면 횡령죄 성립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계좌번호 알려주세요."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최모(28)씨는 올해 3월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문자 메시지를 한 통을 받았다. '계좌번호를 찍어주면 보증금을 돌려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최씨는 상대방이 누군지 짐작 가지 않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신의 계좌를 답장으로 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통장에 정말 275만원이 들어왔다. 마침 돈이 궁했던 최씨에겐 예상치 못한 횡재였다. 신이 난 그는 공돈을 쓰기 시작했다. 275만원을 모두 쓰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돈을 부친 사람은 일면식도 없는 대전시민 김모(59)씨였다. 건물주인 그는 보증금을 빼줘야 하는 임차인이 계속 전화를 받지 않자 문자를 보냈다. 그러나 임차인의 휴대전화 번호는 진작에 바뀌었고, 그가 쓰던 번호는 최씨가 사용하던 상황이었다.
뒤늦게 사정을 알게 된 김씨는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으나 최씨는 완강히 거부했다. 그는 "나는 그저 계좌번호를 알려달라고 해서 알려준 것일 뿐"이라며 "돌려줄 이유가 없고 이미 다 써버려서 돌려줄 수도 없다"고 배짱을 부렸다.
김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 대전지부에 도움을 요청했고 공단은 그를 대리해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을 냈다. 김씨가 상대방을 오인한 사실을 알았음에도 최씨가 이를 이용해 부당하게 재산상 이익을 챙겼다는 취지였다.
법원은 두 달간의 심리 끝에 최씨가 전액을 반환하라는 이행권고 결정을 내렸다. 최씨가 법정에서 대응하지 않으면서 결정은 지난 7월 확정됐다. 현재 서울중앙지검은 최씨를 사기와 횡령 혐의로 수사 중이다.
공단은 "계좌를 착오해 다른 사람에게 잘못 이체했을 때 수령인이 원래 주인에게 돈을 돌려주지 않거나 임의로 소비한 경우 횡령죄가 성립한다"며 "피해자는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3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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