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할머니를 기억해주세요"…학생들 힘모아 기록동판 제작

입력 2018-11-02 05:01
"위안부 할머니를 기억해주세요"…학생들 힘모아 기록동판 제작

이화여고 역사동아리 등 전국 46개교 참여…"전체 위안부 할머니 259명 기록담은 건 처음"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기억하기 위해 전국의 학생들이 힘을 모아 할머니들의 기록이 담긴 동판 259개를 제작했다.

1991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처음으로 공론화한 김학순 할머니를 비롯해 북한의 박영심 할머니 등 피해 할머니 259명의 기록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일 이화여자고등학교 역사동아리 '주먹도끼'에 따르면 이화여고를 포함한 전국 46개 학교는 학생독립운동기념일(11월 3일)을 하루 앞둔 이날 오후 6시 서울 정동길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앞에서 '걸림돌'(stumbling block) 제막식을 연다.

걸림돌이란 할머니들의 이름과 일본군에 끌려간 당시 나이, 장소를 기록한 동판이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나치에게 피해를 본 희생자의 이름과 약력을 담은 작은 동판을 그들이 살던 바닥에 설치한 독일의 역사 프로젝트에서 유래한 것이다.

애초 바닥에 깔아둠으로써 길을 지날 때마다 한 번씩 보고 희생자들을 기억하자는 의미인데, 이번에 제작된 위안부 할머니 걸림돌은 공간 제약 때문에 바닥이 아닌 벽에 걸린다.



동판 개수(259개)는 정부에 등록된 240명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 중국, 일본, 북한에 있는 할머니 19명을 더한 것이다.

이화여고 '주먹도끼' 소속 학생들은 지난 봄부터 걸림돌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할머니와 소녀가 손을 잡은 그림과 '평화와 약속'이라는 문구가 적힌 포스트잇을 제작했고, 이를 다른 학교들과 함께 한 묶음당 3천원에 판매해 약 1천500만원 후원금을 모았다.

'주먹도끼'의 성환철 지도교사는 "전체 후원금 중 약 900만원으로 걸림돌을 제작했고, 나머지는 정의기억연대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프로젝트를 주도한 '주먹도끼' 학생들은 앞서 2015년 12월 일본군 위안부 한일 합의에 대응해 전국 239개 학교를 대상으로 작은 소녀상 건립 운동을 이끌기도 했다.

'주먹도끼' 이나연 회장은 "일본이 진정한 사과와 반성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할머니들이 계속해서 돌아가셔서 이제 고령의 할머니 27분만 남아 있다"며 "일본 정부는 할머니들이 모두 돌아가시면 이 문제가 지워질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할머니의 빈자리를 대한민국 학생들이 이어받아 정의로운 역사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성환철 지도교사는 "할머니들의 아픈 역사를 담은 259개의 걸림돌은 지울 수 없는 기록이 돼 일본 정부의 반성을 촉구하고, 우리를 일깨우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s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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