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스타셰프 페라리 "맛있고 건강한 한식, 많이 알리고 싶어"
'2018 밀라노 한국의 밤'에서 한식 접목한 퓨전 요리로 호평
(밀라노=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맛도 좋고 무엇보다 건강에 좋은 한국 음식을 모르는 이탈리아 사람들이 많다는 게 너무 안타깝습니다. 한식이 이탈리아에 보다 잘 알려질 수 있도록 힘 닫는 데까지 노력할 생각입니다."
이탈리아 요리사 파브리치오 페라리(38)는 세계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레스토랑 평가서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1개를 받은 식당 '알 포르티치올로 84'를 밀라노 북쪽 레코에서 운영하고 있는 유명한 셰프다.
자신의 식당에서 한식과 이탈리아 음식이 결합한 퓨전 요리들을 선보이며 자국 음식에 대한 자긍심이 유난히 높은 이탈리아인들에게 한식을 전파하고 있는 그는 사실상 이탈리아 내 한식 '홍보 대사' 역할을 하고 있다.
그가 지난 31일 밀라노의 유서 깊은 건물인 시각장애인협회에서 열린 '2018년 한국의 밤' 행사에서 고추장, 된장, 간장 등 한국 전통 장류를 활용해 만든 메뉴를 선보여 이 자리에 모인 300여 명의 이탈리아인들과 한국인들의 입맛을 두루 사로잡았다.
그는 이날 달걀과 생선알을 곁들인 연어로 감싼 토마토 장아찌, 초고추장 소스를 곁들인 대하구이, 두부크림과 들기름을 곁들인 오징어구이, 김치젤리로 감싼 보쌈과 마늘쫑 등 4종류의 요리와 낙엽을 모티브로 한 초콜렛무스와 밤크림과 녹차 비스킷이라는 디저트를 내놓았다.
과하지 않게 은은히 입안을 감도는 된장 또는 간장, 고추장 소스가 원재료와 어우러진 맛에 장류를 처음 맛본 이탈리아인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고, 한국식 재료를 응용한 창의적인 음식들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페라리 셰프는 또한 음식을 내놓기 전에 된장, 고추장 등 한국의 발효 식품이 건강에도 좋다는 소개를 곁들이기도 했다.
행사를 전후해 만나 이야기를 나눈 페라리 셰프는 "이곳에서 한식에 대한 인지도가 점점 올라가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한식을 알고, 즐기는 이탈리아 사람은 극히 소수에 머물고 있어 안타깝다"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한식을 알리는 '홍보대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고향 레코에 있는 요리 전문 고등학교에서 강의를 맡은 그는 이 학교 학생들에게도 불고기, 김치, 장류를 이용한 한식 조리법을 가르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미래의 이탈리아 요리사들에게 한식을 소개하는 작업은 한식을 효율적으로 알리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일 것"이라며 "다행히 학생들도 호기심을 가지고 한식을 즐겁게 배우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한국의 한 케이블 TV에서 인기리에 방영 중인 프로그램 '한식대첩-고수외전'에 출연해 한국에서도 상당한 인지도를 쌓은 그는 "한국에서 훌륭한 한국 요리사들을 만난 덕분에 한식의 세계에 더 깊이 빠져든 것 같다"며 "한식을 매개로 한국문화, 한국 사람들과 즐겁게 부대끼고 있는 것이 삶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며 웃었다.
김치까지 직접 담아 먹을 만큼 한식에 깊이 빠져 있는 그는 이어 "한국에서 몇 주 지내면서 평소보다 많이 먹었는데, 체중은 3㎏이나 빠졌더라. 뱃살이 쑥 들어갔다"며 "발효 식품과 갖가지 채소가 풍부한 한국 음식이 정말 건강식이라는 것을 몸소 느꼈다"고 강조했다.
한편, 페라리 셰프가 운영하는 레코의 레스토랑 수석 셰프는 한국인 심원혁 씨가 맡아 한식과 이탈리아 요리를 접목시킨 다양한 요리 개발에 의기투합하고 있다.페라리 셰프와 1980년생 동갑내기인 심 수석 셰프는 "4년째 페라리와 함께 일하고 있는데, 한식에 대한 열정과 감각이 정말 남다르다"며 "미슐랭 별을 받은 현지인 셰프가 자신의 레스토랑에서 한식이 접목된 메뉴를 내놓는 것 자체가 이탈리아 내에서 한식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상당히 기여하고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