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곳곳에 미중 무역전쟁 상흔…"아직 간접충격일 뿐인데도"

입력 2018-11-01 15:49
아시아 곳곳에 미중 무역전쟁 상흔…"아직 간접충격일 뿐인데도"

산업생산·제조업 동향 '암울'…내년부터 무역·경제활동 위축전망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여파가 아시아 주요국 제조업·수출 경기에 서서히 반영되는 가운데 경제 전문가들은 앞으로 타격이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일본의 9월 산업생산지수(계절조정)는 101.4로 전월보다 1.1% 하락해 시장 전문가들의 0.3% 하락 예상을 빗나갔다.

지난 5월부터 5개월 연속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한국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전산업 생산지수도 106.6으로 1.3% 내려가 2013년 3월(-2.0%) 이래 낙폭이 가장 컸다.

닛케이와 마킷이 1일 발표한 10월 한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1.0으로 전월(51.3)에서 하락했으며 대만 제조업 PMI는 48.7로 2016년 5월 이후 가장 낮았다.

이날 발표된 차이신(財新) 중국 제조업 PMI는 50.1로 전월 50.0보다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미미한 수준의 경기 확장세를 나타냈다.

PMI는 신규 주문, 출하량, 생산, 재고 등에 관한 설문으로 경기 동향을 파악하는 지표로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을, 넘지 못하면 경기 위축을 뜻한다.

시장 전문가들이 이날 밤 발표될 10월 공급관리협회(ISM) 미국 제조업 PMI를 59.0으로 예상하는 것과 비교하면 50 안팎에 머무는 아시아 각국 제조업 PMI는 낮은 수준이다.



로이터 통신이 인용한 싱가포르 DBS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대미 수출품의 아시아 공급망을 분석한 결과 한국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대만의 기계·전자장비류의 노출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광물·석유화학 수출, 인도네시아 교통산업도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무역전쟁에 더해 미국의 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 세계 경제성장 둔화 우려, 증시 충격 등이 복합적으로 아시아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에이든 야오 AXA인베스트먼트매니저스 선임 신흥아시아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 통신에 "세계적으로 긴축적인 금융 환경과 중국 수요 둔화, 심리와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금융시장의 혼란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아직 이런 악재들이 세계 경기에 미치는 타격이 미처 다 반영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미국의 대중국 관세 폭탄이 확대되기 전에 선주문된 물량을 소화하고 있으며 아직 무역전쟁의 타격은 기업신뢰도 측면에서 '간접적'으로 가해졌을 뿐 직접적으로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야오 이코노미스트는 "진짜 경제 충격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협상이 잘 풀리지 않으면 중국 수입품 전체로 관세를 확대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무역전쟁의 앞날을 예측하기도 어렵다.

케빈 라이 다이와 캐피털 마케츠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모두 추가 관세 인상을 예상하고 있어 선(先)출하가 상당량"이라며 "내년 1월 이후 무역·경제활동이 많이 추락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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